이른바 ‘백종문 녹취록’ 사태의 본질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부당해고’ 의혹이다. MBC 백종문 본부장은 녹취록에서 분명한 근거 없이 ‘괘씸죄’만을 이유로 파업에 참가한 직원들에게 해고는 물론 징계, 인사보복의 칼날을 휘둘렀음을 자인했다.
2. ‘부당거래’ 의혹이다. MBC의 핵심 인사들은 특정 매체의 보도에 감사해하면서 지속적인 정보 제공을 약속했고 해당 매체 인사를 회사의 대표적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또 해당 매체 등에 대한 실질적 재원 마련 방안까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3. ‘부당개입’ 의혹이다. 백 본부장은 “MBC의 프로그램을 다 통제하고 있다”며 자랑했다. 모 국장과 PD를 야단쳤다, 라디오는 다 빨갛다, (쌍용차 보도를 한 프로그램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발언 등도 나왔다.
4. ‘부당채용’ 의혹이다. 경력사원 선발 과정에서 지역을 검증했다는 충격적 발언이 나왔다.
하나하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부당해고’에 대해서다. 근거 없이 직원을 해고해 놓고 그로 인해 든 소송비용 등을 ‘나 몰라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명확한 배임이 아닐 수 없다. 또 해고된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정신, 물질적 피해는 대체 어떻게 배상할 것인가?
‘부당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MBC는 2년 전 국회의 세월호 청문회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사내 정보를 유출시켰다는 의심을 갖고 몇 달에 걸쳐 대대적인 감사를 했다. 그러나 증거를 찾지 못해 결국 ‘타인 아이디로 접속했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간부에게 중징계를 했다. 또 MBC는 지난해 전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보보호서약’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정보 보안을 중시하는 MBC가, 그것도 ‘본부장’과 ‘법무실장’ 등 핵심 경영진이 앞다퉈 특정 매체를 향해 정보 제공을 다짐하고 있으니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당연히 당사자들을 조사해 어떤 정보를 제공했는지 규명하고 사규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 또 특정 매체를 위한 재원 마련에 실제로 나섰는지 등을 시급히 파악해야 한다.
‘부당개입’과 관련해선 길게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 자체가 방송의 편성,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방송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부당채용’ 의혹 역시 심각하다. 공영방송이 직원을 선발하면서 공개채용을 하지 않고 밀실채용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그 와중에 ‘출신지역 검증’까지 했다니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역 출신만 뽑았다는 얘기거나, 특정 지역 출신은 뽑지 않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오늘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기자회견까지 열리겠는가?
즉 이 모두가 중대한 의혹으로 신속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당연히 MBC의 감독기구 방송문화진흥회가 나서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방관할 일이 아니다. ‘백종문 녹취록’을 보면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 YTN, KBS 역시 유사한 의혹이 있을 수 있음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 기관은 팔짱만 끼고 있다. 심지어 방문진은 파문의 당사자인 백 본부장을 부르지조차 않고 있다. ‘사적 대화’라서 문제가 안 된다는 말도 들리는데, MBC는 2년 전 소속 기자의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를 문제삼아 징계한 전력도 있다. 중대한 정보를 유출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번 백종문 녹취록 파문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방문진과 방통위 모두 더 이상 직무를 유기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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