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사 사장에 왜 중앙 낙하산이 내려오나

지역MBC 15곳 서울출신 사장
내부 식민지화로 자율성 침해
제작비 축소 등에 경쟁력 저하

언론학계와 시민단체가 지역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낙하산 인사’ 철폐를 촉구했다. 지역방송 출신 사장이 아닌 본사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지역방송 종사자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권익을 해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의 지역MBC 17개사와 지역민방방송사 9개사가 모인 지역방송협의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역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고 지역방송의 사장 선임 실태와 문제점을 논의했다.


▲언론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선임된 지역MBC의 사장을 살펴보면 총 175명 가운데 163명 모두 서울MBC 출신”이라며 “인사와 경영, 편성이 본사로부터 독립된 계열사인데도 ‘내부 식민지화’로 자율성을 침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역방송은 수신료를 납부하는 공영방송과 마찬가지로 보편적 서비스인데도,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공영방송 사장과 달리 (지역방송 사장 선출은) 경영 효율성과 시장경쟁력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는 그간 지역방송 사장 선임을 두고 지역사와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현재 지역MBC는 전체 17곳 중 대구와 광주를 제외한 대부분이 서울MBC 출신 사장으로 채워진 상태다.


지역MBC의 대주주인 서울MBC는 방송문화진흥회와 형식적인 협의만 거치면 원하는 인사를 내려 보낼 수 있다. 지역방송 구성원들은 본사 위주의 권위주의적 편성과 지역문화 홀대로 위화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지역MBC의 한 노조원은 “서울MBC가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지역MBC 사장을 활용하거나, 지역사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기형적인 지배구조로 지역 사장들이 단기적인 경영 성과에 매몰돼 제작비 축소와 제작인력 감축, 제작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MBC 노조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비용절감을 이유로 단 3명만이 정규 인력으로 뽑혔고, 대신 41명이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사 선출 과정도 개혁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다. 현재 지역사의 비상임이사의 대부분은 서울MBC 출신으로 이뤄져있다. 이들은 지역사 경영에 언제든 간섭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사장이 아니어도 이사들이 독립적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본사 출신의 지역방송 이사들이 지역민들의 현실을 간과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독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라며 “지역방송의 사장과 이사진들을 지역사에서 적절히 안배해 선출하고, 사장의 임기를 현행 3년에서 연임을 가능케 해 중장기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사에 지역방송 출신이 진출할 수 있도록 통로를 조성하고, 각 지역민들과 시민단체로 이뤄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임원을 선출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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