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저널리즘, 기자 위협하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로봇이 쓴 기사를 주요 언론사에 판매하는 미국의 온라인 콘텐츠 회사 ‘내러티브 사이언스’ 광고.

10년의 격변기를 거쳐 때는 2025년. 큰 플랫폼을 가진 언론사는 흥하고, 플랫폼을 확보하지 못한 채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한 중소규모 언론사는 점점 더 어려지면서 언론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 살아남은 언론사들도 여전히 허리띠 졸라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그 방편 중의 하나가 ‘로봇 기자’의 도입이었다. 비용을 줄이려는 언론사들에게는 ‘사람’ 기자를 고용할 때 드는 돈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로봇’ 프로그램을 구입할 때 드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로봇 기자를 관리하는 편집국 담당자의 일은 로봇이 처리할 분야의 기사를 지정하고 확인하면 끝이다. 간단한 팩트, 수치, 데이터 중심의 기사는 로봇이 알아서 송고했다. 보도자료를 간단하게 재가공하거나 실시간 검색어 기사를 ‘베껴쓰기’ 기사는 로봇이 앉은 자리에서 즉각 대응했다. 방금 규모 5.0의 지진이 일본 남부에서 발생했다는 외신 1보가 뜨자마자 로봇은 기사를 작성하는 동시에 기사알림 ‘푸시’를 여러 가지 사물인터넷으로 보냈다.


저녁에 예정된 SK와 넥센의 야구경기 역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팀 팬들의 ‘입맛’에 맞는 버전으로 실시간 송고된다. 중계석에서 바쁘게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기자들은 이제는 없다. 대부분은 경기의 흐름을 보고 누구를 인터뷰하고 분석기사를 쓸 지를 궁리하는 중이다. 퇴근길 교통안내 관련 기사도 로봇이 각 개인의 이동 동선에 맞춤 방식으로 생산해 송고하고 있다. 집에 가면 주방 냉장고의 사물인터넷이 냉장고 속 남은 식재료들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과거 기사들을 검색해 창으로 띄워줄 것이다.


로봇 기자가 등장하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한때 비정규직을 고용해 비슷비슷한 베껴쓰기 기사를 생산하던 ‘어뷰징’ 업체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알고리즘대로 로봇을 굴려서 기사를 송고하기만 하면 된다. 사람의 이름으로 송고되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로봇들이 작성한 것이다.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대형 플랫폼들은 이런 어뷰징 기사의 막대한 정보 노이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이 쓴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를 구분해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로봇이 쓴 기사는 표현력이 떨어져서 ‘지루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딥 러닝(Deep-Learning)’을 통해 조금씩 개선돼 왔다.


하지만 로봇 기자가 아직까지 힘을 쓰지 못하는 영역이 있었다. 정보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었다. 때문에 쏟아지는 정보들을 단정하게 해석하고, 좋은 칼럼을 쓰고, 인간미를 실어 리포팅하는 기자들이 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5년 포털사이트들이 ‘기자페이지’를 도입하면서 언론사의 브랜드파워보다 기자의 브랜드파워가 더 강해지는 현상은 현실로 굳어졌다. 기자들 사이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위의 시나리오는 미디어의 미래를 예측한 여러 편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기자들의 일자리 역시 ‘자동화’ 추세에서 위협받고 있다. 로봇 기자를 개발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의 제임스 코테키는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이 드는 기사는 앞으로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면서 “큰 회사임에도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때가 올 것”이라고 ‘미디어시프트’ 기고문에서 예상했다. 로봇과 함께 편집국 또는 보도국에서 일해야 하는 때가 머지않았을 지도 모른다. 5년 전에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이 미디어 소비지형까지 바꿀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될까. 남들 다 쓰는 기사를 쓰는 기자라면 곧 ‘식자공’같은 운명을 맞이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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