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서가 된 선배, 원현린 기호일보 논설실장

[기자가 말하는 기자]한동식 기호일보 정치부장

▲한동식 기호일보 정치부장

원현린 기호일보 논설실장은 처음 만난 기억이 워낙 강렬해 기자생활을 하면서 늘 가슴에 담고 있는 존경하는 선배다. 흰 눈썹과 머리칼 탓인지 중후하달까 좀 고루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철저하게 기자정신으로 무장한 그다. 31년 전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로 입사해 인천일보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인천신문 초대 발행인과 주필을 역임한 그의 이력만 봐도 주눅이 들 만하다. 그가 후배들을 만나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이 있다. 


‘앉으면 기사 쓰고, 걸으면 취재하고, 누워 있으면 기사를 구상하라.’ 기자는 늘 깨어 있고, 늘 불의와 부정에 맞서 싸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못된 권력에 대해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무모함일지라도 부정과 비리를 좌시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이 무서워 피할 것 같으면 아예 기자를 그만두라고도 한다. 부드러운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매서운 질타이자 감동이고 지침서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말을 인용할 때는 숙연해진다. 가인 선생이 후배 법조인들에게 “부정과 결탁하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다”고 사자후를 날린 것처럼 그는 기자들이 가인 선생의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줄 것을 당부한다. 


또 기자가 돈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가 병아리 기자들을 교육할 때면 늘 하는 말이 있다. “기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기자(飢者)와 기자(欺者)와 기자(記者)가 있다. 배고픈 놈과 속이는 놈 그리고 쓰는 놈이 있는데 쓰기 위해 남을 속이거나 배고파서 펜을 꺾을 거라면 차라리 리어카 한 대 사서 배추장사나 하라.” 


원론적인 얘기지만 기자로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존심을 지키는 기자가 되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사마천의 예를 든다. 사마천이 죽음보다 더한 궁형을 당하면서도 50만여 자에 달하는 사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중도에 그치는 것이 죽음보다 더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기자로서 사명과 함께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충고다. 후배로서 그를 닮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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