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장 선임, 이건 아니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예견은 했지만 이건 아니다. 연합뉴스 사장에 박노황 연합인포맥스 특임이사가 내정됐다. 뉴스통신진흥회가 10일 이사회를 열어 사장추천위가 올린 3명의 후보 중에서 최종 낙점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2012년 103일간의 파업에 책임있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 “뉴스통신진흥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강력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노황 연합인포맥스 특임이사는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편파 보도를 일삼았다며 노조가 부적격 인물로 점찍은 인물이다. 그 예로 4대강 사업 친정부 보도와 한명숙 전 총리 유죄 단정 보도를 꼽고 있다.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4대강 감사 결과와 대법원 무죄 판결을 보면, 당시 보도 책임자로서 사과하고 자중하는 것이 맞다. 내부 구성원들한테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장이 급변하는 언론 상황에 대처하기는 어렵다.


박 내정자의 과거 행적들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편집국장 취임 2주 만에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맞은 뒤 보도축소를 유도해 서거 당일 273건이던 기사 수가 영결식 날 3분의 1 토막이 났다. 정권 눈치보기 제작은 편향 보도로 이어져 현장에서 연합뉴스 스티커를 가리며 취재하는 등 기자들의 자괴감이 심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결국 국장이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와 기사 개입에 방패막이가 되기는커녕 적극 동조하자 기자들이 폭발했다. ‘공정보도 사수’를 위한 103일간 파업이 그렇게 시작됐다. 박 내정자는 파업 직후 사표를 던지고 연합인포맥스 사장으로 옮긴 뒤 연합뉴스 사장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두 번째 도전 끝에 본인은 꿈을 이뤘을지 모르지만 구성원들은 격앙하고 있다. 2012년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의 잘못이 크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연합뉴스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데 설립목적이 있다. 그런데도 과거 독선적 편집국 운영으로 구성원들을 파업으로 내몬 인사를 사장에 앉힌 것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꼴이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구성을 보면 출발부터 ‘기울어진 저울’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청와대가 2명, 국회의장이 1명, 여야 각 1명, 신문협회 1명, 방송협회 1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사장 선임에 정권의 입김이 개입될 통로가 넓다. 공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장추천위원 구성을 보면 더 명약관화하다. 사장추천위원 5명 가운데 3명에 뉴스통신진흥회 이사가 직접 참여하고, 외부 추천위원 1명에 대해서도 상당한 결정권을 행사해 진흥회가 사실상 ‘사추위’를 장악했다. ‘공정보도’를 해나갈 인물보다는 ‘친정부 성향’ 인물이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 사장후보로 나설 경우 사직원을 제출하라는 규정을 새롭게 신설해 내부 응모자를 사전에 차단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연합뉴스 노조가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실시한 조합원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사장 선임이 얼마나 내부 구성원들과 인식차가 큰지 알 수 있다. 응답자의 절반이 불공정 보도와 인사 전횡으로 파업 촉발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을 가장 부적격자로 꼽고 있다. 


 박 내정자에게 바란다. 이미 2012년 파업의 과정에서 연합뉴스에 오점을 남긴 선배로 기억되고 있다. 후배들한테 지지받지 못하는데도 굳이 사장을 고집하는 것은 연합뉴스를 사유화하는 것이다. 지난 파업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지금, 다시 사장으로 복귀하는 자체가 염치없는 노릇이다. 구성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면 지난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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