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어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둘러싼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해외 언론들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판 상황을 연일 주요 뉴스로 내보내고 있다.
이 와중에 MBC의 한 젊은 예능PD가 해고됐다.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인터넷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가 6개월의 정직을 받은 후 지방자치단체의 협찬 사업을 유치하는 부서로 발령난 자신의 처지를 만화로 표현했다는 게 해고의 이유라고 한다. 자사 뉴스 보도를 사과한 게 왜 잘못한 것인지, 만화로 SNS에 글을 쓴 게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해고라면 해고다’라는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의 의사만큼은 분명히 느껴진다. 갑인 경영진의 결정을 을들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독선이다. 법과 제도마저 무시해도 좋다는 오만도 엿보인다. 그런 면에서 ‘부사장이 수틀리면 떠난 항공기도 돌린다’는 ‘땅콩회항’사건과 닮아 있다.
MBC PD해고와 대한항공 ‘땅콩 회항.’ 과정은 비슷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결과가 정반대다. ‘땅콩 회항’ 사건은 기자들의 치열한 취재경쟁과 들끓는 여론으로 영원한 갑으로 여겨졌던 경영진의 구속재판까지 이어졌다. 문제가 된 항공기에 탑승했던 사무장은 국민적 영웅이 됐다. 반면 MBC 경영진은 PD해고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내쫓기까지 했다고 한다. 미묘한 시기에 터졌던 ‘땅콩 회항’ 사건도 여론의 관심이 이토록 집중되지 않았다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갔을 것이고, 그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은 인사조치 되고 말았을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구속은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의 보장을 최우선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방송 뉴스의 공정성은 방송사의 의무이며, 방송사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신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돼 있다. 자사 뉴스 보도의 공정성 침해를 지적했다고 6개월 정직에 처하고, SNS에 만화를 올렸다고 해고하는 건 방송법을 무더기로 위반하는 불법행위이다.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사에서 방송법을 공개적으로 위반하는 행위가 항공기를 잠시 후진하는 행위보다 덜 나쁜 짓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MBC의 위법행위는 의도적이고 지속적이며 그 여파가 국민 전체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도 있다.
‘땅콩회항’ 사건 초기에 대한항공은 거짓해명과 진정성 없는 사과로 시간을 끌다 부사장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MBC 경영진은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해고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어이없는 ‘갑질 결정’에 사과해야 한다. MBC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이미 수많은 법원 판결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해고된 PD의 고교 때 은사가 ‘해고 철회’를 위한 국민 청원운동에 들어갔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고 한다. 해고 철회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언론인이라면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 특히 KBS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 기자들은 당장 남의 일이 아니다. ‘MBC 보다는 낫다’는 게 자랑이 아닌지 오래됐다. MBC에서 망가진 상식의 한계선은 지상파 전체의 품위와 권위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법원에 배치했던 중계차를 MBC로 옮겨보자. 당장 오늘부터 ‘땅콩 회항’에 쏟았던 취재열정을 PD해고 사건에 투입해보자.
표현의 자유와 공정보도를 위한 싸움에 기자와 PD, 신문과 방송, 지역과 서울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불법과 오만의 ‘갑질 해고’에 모든 언론인 방송인들이 외쳐보자. “우리 모두가 권성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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