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각종 고시, 대입 등에 있어서 여성들의 돌풍과 기업과 공직사회에서 여성 고위직의 가뭄은 기사의 단골 소재다. 사회 진출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남성중심의 문화, 육아·출산의 부담 등으로 인해 위로 갈수록 승진 대열에서 빠르게 탈락하는 현상은 요즘 일하는 여성들이 처한 극과 극의 상황이다. 이는 기사의 소재를 넘어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편집국, 취재 현장에서도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여기자의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여기자 비중은 2003년 12.5%였으나 2009년 17.2%, 2013년에는 23.2%로 늘었다. 최근 기자협회보의 보도를 보면 2014년에는 24.8%까지 늘었다. 기자 4명중 1명이 여기자인 셈이다. 이는 2000년 중반 이후 신입 기자 중 여기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덕이다.
그러나 여기자 보직간부의 비율 증가세는 한참 더디다. 여기자협회에 따르면 2003년 보직부장 중 여기자 비율은 4.2%, 2009년 5.3%, 2013년 6.7%다. 15명중 한명 꼴인 셈이다. 편집국 보직 부장의 수가 15명 안팎임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한 회사당 1명의 여성 보직부장이 있다는 얘기다.
언론계에서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른 직업군과 다르지 않다. 우선 중간 간부 이상 여기자 숫자가 절대적으로 너무 적다. 과거에는 여기자를 구색맞추기식으로 한 두 명씩만 뽑았던 데다가 중간에도 육아 출산 부담으로 인해 중간 관리자로서 한참 성장해야 하는 30~40대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또 퇴사하지 않더라도 주요 부서에 배치받는 경우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적었고,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에서 같은 능력의 소유자라도 승진의 바늘구멍은 여기자들에게 더 작았다.
긍정적인 점은 양의 증가가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차장급 이상 여기자는 2003년 6.1%에서 2013년 12.4%로 증가했다. 또 한때 남기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치·경제·사회부에도 여기자 배치가 늘고 있다. 중간 관리자의 증가는 보직부장 이상 간부로 승진할 수 있는 풀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유리천장의 파괴는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과연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적어도 여기자 비율만큼은 여성 보직부장이 탄생할 수 있을까. 출산과 육아 부담, 남성중심의 문화 등 유리천장의 또 다른 원인들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기대보다 개선은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때문에 인사권자와 편집국의 의도적인 노력이 아직은 필요하다. 인사권자들이 남성중심적인 전통적 프레임의 리더십 잣대에 얽매여 새로운 여성적 리더십의 가치를 인색하게 평가하지 않길 바란다. 더 나아가 신입 선발 시 성비를 고려해 남성들에게 ‘역어퍼머티브 액션’을 주는 경우가 있듯이, 여성 고위 간부들에 대한 ‘어퍼머티브 액션’도 고려해볼 사안이다. 수많은 후배 여기자들에게 롤모델이 될만한 자질을 갖춘 고참 여기자들에게 지금보다 많은 기회를 부여해 여성 능력 활용에 있어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편집국 차원의 협조와 배려는 필수적이다.
언론사들이 보도에 있어 성평등에 대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데 여성 보직부장들의 존재는 소중하다. 무엇보다 시청자와 독자의 절반은 여성이다. 언론계의 유리천장은 그 직업군에 속한 여성들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평등 문화 확산을 지체시키는 걸림돌이 된다. 양의 증가가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티핑 포인트를 얼마나 빨리 당기느냐는 시간이 아니라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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