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신문업계에 암운이 몰려오고 있다. 금세 한바탕 폭우라도 쏟아질 것 같다.
신문 산업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로 무뎌진 펜, 그에 따른 국민 신뢰 저하, 경쟁 격화에 따른 저널리즘의 실종, 변화된 언론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식과 경영전략 부재 등이 맞물려 가뜩이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던 터다. ‘나만 잘 살겠다’는 일부 언론인의 비윤리적 행태와 정·관·재계 진출 러시, 정권을 향해 새 시장을 열어달라며 온갖 수단을 동원한 일부 언론사의 낯 뜨거운 특혜 요구와 무리한 광고 수주 경쟁 등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문제는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신문업계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면 하나둘씩 떨어지는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양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쏟아지는 장대비에 흠뻑 젖을 게 뻔하다. 언제 그칠지 현재로선 기약조차 쉽지 않다.


사측과 임금교섭 중이던 노조위원장이 갑자기 대기발령을 받았다. 충청지역 대표 일간지인 대전일보에서 벌어진 일이다. 언론노조 대전일보지부 장길문 지부장은 노트북 하나 없는 사무실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 천장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사진기자에게 생명과도 같은 카메라를 뺏은 것도 모자라 본업과 전혀 무관한 부서로 보내버린 대전일보의 조치는 누가 봐도 노동조합을 향한 표적 징계요, 노조 무력화를 위한 치밀한 각본의 일환이다. 


사측이 내건 대기발령 사유도 옹졸하기 그지없다. 장 지부장이 4년 전 찍은 사진을 문제 삼았다. 출입처의 담당 공무원이 찍어 보내온 사진을 본인이 찍은 것처럼 ‘바이라인’을 달아 보도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뭘 하다 이제 와서 공론화하는 것인지 배경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이유를 들이대더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하물며 드러난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 진실을 추구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기자들이 모여 있는 언론사라면 더욱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대전일보지회와 노동조합원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장 지부장에 대한 대기발령 철회와 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있는 것만 봐도 해답은 나와 있다. 대전일보 경영진은 마땅히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조치를 하루속히 내놓아야 한다.


전자신문은 한 술 더 떠 노동조합 이은용 부지부장을 해고했다. 업무태만 등의 이유를 대고 있는 모양인데, 전자신문 노동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 달 넘게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갤럭시S5에 장착될 렌즈 관련 기사를 놓고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이 6개월간 벌인 오보 논쟁도 허무하게 끝났다. 전자신문이 자사 지면을 통해 사실상 “보도가 잘못됐다”고 밝히면서 최대 광고주 삼성전자를 상대로 싸워온 구성원들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말았다. 사측은 정정보도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구성원들은 ‘항복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신문업계의 위기에 대처하는 사측의 준비 안 된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위기의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전가하거나 위기를 핑계로 언론인의 자존심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풍토가 만연한다면 신문업계의 위기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두 곳의 사태 추이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다. 급한 불 끄겠다고 섣부른 방식으로 초가삼간 다 태워버리고 나면 그때 가서 과연 무엇을 지킬 것이며 독자들에게 무엇을 읽어달라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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