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법부·국회까지 무시하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지난 7일 아침 MBC 상암동 신사옥으로 MBC 해직 언론인들이 출근을 시작했다. 법원이 MBC 해직 언론인 6명에 대해 ‘근로자 지위’를 보전하고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함에 따라 법적으로 ‘해직’ 신분이 끝난 까닭이다. 하지만 MBC는 박성제·이상호·이용마·정영하·강지웅 등 해직 언론인들의 출근을 청경을 동원해 막아버렸다. 공영방송이 법원의 명령까지 무시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해고조치에 대해 법원은 이미 지난 1월 “MBC의 파업이 정당했으므로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MBC 임원진이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이 있다면 1심 판결을 받아들여 굳이 가처분까지 올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해고 무효 판결이 난 뒤 반년이 지나도록 MBC가 부당 불법 해고조치를 시정하지 않자 법원이 또다시 경종을 울린 것이다. 법원은 “MBC가 복직 요청에 불응하는 이상, 가처분을 통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같은 날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 KBS가 참여한 것과는 달리 MBC는 일방적으로 불출석했다. MBC는 ‘전원구조’ 오보, 희생자 가족에 대한 폄훼 보도와 망언 등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핵심적인 기관보고 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제멋대로 거부해 버리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에 대한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루 동안 MBC는 입법부와 사법부를 동시에 능멸하는 진기록을 세운 셈이다. 국정조사 거부의 이유로 MBC는 ‘언론자유의 침해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MBC는 언론자유가 언론사에게 초법적 행위를 할 권리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가.

법을 무시하는 MBC는 이미 자사 직원들을 상대로 한 무더기 소송에서 10여 차례 연속 패하고 있다. 해고무효소송, 손해배상 소송, 업무방해 소송, 권재홍 할리우드 액션 정정보도 청구 소송, 부당징계 철회 소송, 국민참여재판 등 민사와 형사 그 종류도 다양한데 연거푸 MBC 사측이 패했다. 이쯤 되면 법 정신을 이해할 만도 한데 MBC 임원진은 계속 항소하면서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MBC 임원진이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것처럼 막 나가는 데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해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법을 지키는 건 공적책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법원의 판결과 명령, 국회의 증인채택도 따르지 않으면서 무슨 거창한 공적책임을 구현하겠는가. 방문진은 입법부 사법부의 결정을 즉시 따르도록 지시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영진은 교체해야 한다. 그게 방문진의 의무이다. 하지만 방문진은 스스로 초법적 위치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MBC 임원진을 징계하기는커녕 급여를 8.5%나 인상해 줬다. 지상파 광고시장 축소와 극심한 내수부진 등으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임원 임금의 대폭인상은 그야말로 황당한 조치였다. 우리는 방문진이 MBC의 준법경영을 지시하는 대신 임원진 임금을 대폭 인상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방문진과 공영방송 MBC는 공정방송과 자유언론에 대한 국민의 뜻과 의지가 담긴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MBC는 일부 임원의 오기와 독선, 파렴치로 인해 무법회사가 되어 가고 있다. 법이라도 지키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계속 거부할 경우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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