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은 아니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청와대가 기어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모양이다. 편협한 극우적 역사관과 강자추종 논리로 똘똘 뭉친 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청와대를 보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인 시절 행한 각종 민족비하 발언과 시대착오적 역사인식이 드러난 칼럼 등을 볼 때 문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적폐를 청산하고 상처받은 국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야 할 대한민국의 총리감으로는 부적격이다.

문 후보자의 공감 능력 결여도 심각하다. 사태가 터진 후 오락가락하는 그의 해명과 진정성 없는 사과를 보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느낌이다.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겠다며 나와서는 기껏 한다는 행동이 마치 명절날 자녀들에게 세배 받듯이 자리에 앉아서는 알 듯 모를 듯한 해명을 내놓으며 머리를 숙이는 일이었다.

젊은이들이 대기업 취업만 바란다며 비판한 것도 양극화 심화에 따른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없는 권위적 발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발언이다.

정치학 박사에다 언론사 주필까지 지낸 인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책임총리와 관련한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변하는 그의 감각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이런 인사가 총리가 된다면 시대적 과제인 국민통합은커녕 국민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민심 파악도 기대하기 어렵다. 권력의 편에서 국민들 위에 서서 ‘게으른’ 유전자를 개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훈계하고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뻔하다.

명색이 언론인 출신 총리 후보자가 언론의 검증 보도에 법적 소송 운운하는 것부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언론인으로서 행한 말과 글은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어쩌면 재산이나 도덕성 검증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후배들을 소송으로 겁박하며 입을 막으려는 것은 문 후보자 스스로 언론인 출신임을 부인하는 행태다.

문 후보자는 “문제의 발언들은 언론인 시절 행한 것으로 공직을 맡게 된다면 그에 맞는 역할과 몸가짐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의 생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국무총리 한번 해보겠다고 30년 이상 언론인으로서의 삶과 소신을 한순간에 현재의 자신과 분리해버리는 그의 ‘가벼움’에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총리 지명 소식 직후 몰려든 기자들을 문 후보자는 대뜸 “후배”라고 불렀다. 이명박 정권 시절 친정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사들에 각종 특혜를 몰아주며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당시 기자들을 향해 ‘후배’라는 호칭을 남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후배 호칭보다 진정 후배 기자들이 원하는 건 과거 언론인 시절 한 말과 글에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처신하는 선배 기자의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문 후보자가 진정 언론계 선배로 남고자 한다면 정치권에 기대지 말고 자율 판단에 따라 사퇴하는 게 옳다고 본다.

과거 발언을 주워 담고 소신을 숨기면서까지 총리직에 집착하는 모습이 후배들이 몸담고 있는 언론계에 드리울 그늘이 너무도 넓고 짙어서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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