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에서 침몰된 세월호 취재가 1주일째다. 언론사마다 특별취재팀을 꾸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상황을 보도하느라 바쁘다. 16일 사고 이후 신문사는 세월호 특집지면을 만들고 있다. 방송도 예능을 자제하고 뉴스특보를 편성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초대형 재난에 언론들이 좀 더 빠르게 뉴스를 담으려 뛰고 있다.
속보경쟁에 쫓기다보니 크고 작은 오보를 내고 있다. 보도윤리를 벗어난 취재까지 겹치며 지면과 방송을 통해 사과하는 일이 잦다. 문화일보는 16일자 1면에 ‘수학여행 고교생 전원구조’라고 보도했다가 이튿날 ‘사실과 다른 보도로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사과했다. 경기도교육청 발표만 그대로 믿고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
성급한 보도가 부른 ‘사고’는 방송도 예외가 아니다. YTN이 16일 오전 ‘전원 구조’ 자막과 멘트를 내보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가 사망한 것을 아느냐’고 물은 JTBC는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직접 9시 뉴스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은 취재를 사과해야 했다. MBN도 18일 민간잠수사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인터뷰를 사실 확인 없이 내보냈다가 보도국장이 방송에서 사과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사고 첫날 사망보험금 보도까지 나오자 SNS에는 ‘반인륜적 보도’라며 비판글이 쏟아졌다.
언론보도가 과열을 빚자 기자협회는 17일 성명을 내 “섣부르고 경솔한 행동이 슬픔에 빠진 희생자 가족에 큰 상처를 줬다”며 반성하고 “국가 재난사태인 참사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협회는 20일 기자들에게 긴급 가이드라인을 보냈다.
대형재난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취재과열의 부작용에 대한 반성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뒤 재난보도준칙을 논의했다. 인명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 취재,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 금지, 근접 촬영 자제, 자극적 장면 반복보도 금지 등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훗날 대형재난이 터졌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고 선정 경쟁을 한다.
취재현장의 경쟁을 무작정 탓할 수는 없다. 사건을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은 기자의 일이다. 악조건 속에서 빛나는 특종과 단독이 나오는 것이기에 덮어놓고 비난만 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속보경쟁에만 치우쳐 정확한 보도를 소홀히 했을 때다. 특히 재난보도는 시급을 다투는 내용이 많아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단순 전달하기 쉽다. 세월호 오보도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었던 데서 비롯됐다.
외국은 어떤가. 재난방송 모범으로 꼽히는 BBC는 신속성보다 정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BBC는 편집 가이드라인에 ‘긴급이란 이유로 보도하는 속보의 피해와 부작용을 경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속보를 놓치더라도 정확보도를 더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가 발생했을 때 BBC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 보도를 자제했다. 다른 매체와 외신들이 더 빠르게 뉴스를 공급했다. 독일도 방송협약으로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묘사와 고통 당하는 모습, 공포심을 자극하는 장면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해 지키고 있다. 일본 NHK도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할 때 흥분하지 않고 매뉴얼대로 차분하고 침착한 대응을 한다.
재난보도준칙을 만드는 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실천이다. 언론인 스스로 감정적이며 선정적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인권을 우선해야 한다. 속보에 매몰돼 부정확한 정보를 내보내선 안된다. ‘찌라시 언론’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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