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경찰 수사는 부당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청와대 고위 공무원이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을 경찰이 조사하면서 취재 기자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메시지 기록까지 뒤진 사실이 확인됐다. 기자가 어디서 누구와 통화했는지 낱낱이 조사한 이유가 취재원 색출이었다니 너무 충격적이다.

지난 8월 시사저널은 청와대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1급)이 KT 이석채 회장과 KB 금융지주 임영록 회장 등에게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기사가 나가자 신 비서관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시사저널 김지영 기자 등 3명을 서울경찰청 사이버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팀은 김 기자의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송수신 내역과 사무실 전화 통화 기록까지 조회했다. 이어 통화 내역 명단에 기록된 인물들의 이름과 나이 직업까지 조사했다고 한다. 김 기자가 휴대전화로 통화한 기지국까지 포함돼 언제 누구와 얼마나 통화했는지를 철저히 파악한 것이다.

경찰은 이 통화 내역 조사를 토대로 김 기자를 소환해 “이 사람이 제보자냐”며 추궁했다고 한다. 공직에 있는 두 사람을 따로 지목하며 “취재원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시사저널은 경찰이 기자의 통화 내역뿐 아니라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의 사적인 내용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 어처구니 없다.

언론보도에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려면 보도가 사실인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려면 보도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를 검토하면 된다.

청와대 고위 공무원이 상장회사에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분명 부합하는 기사다. 경찰은 이 보도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신동철 비서관과 이석채 회장, 임영록 회장의 통화 내역을 조사해 보면 될 일이다. 이들이 통화를 했다면 시사저널의 보도는 더욱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엄청난 국기 문란 사건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만약 이들 간의 통화 내역이 없다면 보도가 사실이 아니고, 그럴 경우 해당 언론사와 기자가 책임을 지면 될 것이다.

취재원 보호는 언론자유의 핵심이다. 독일은 형사소송법에 기자에게 취재원 보호를 위한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도 연방 차원의 ‘방패법’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정당한 취재원 보호는 상당수 국가에서 아예 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단서를 뉴욕타임스에 제보한 ‘딥스로트’가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을 지낸 마크 펠트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3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것도 본인이 고백해서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취재원 문제는 사건의 본질과 상관조차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엉뚱하게 취재원만 찾고 있다. 경찰이 혐의를 입증하는데 직접적인 필요성이 없는 취재원을 찾아내는 데 열중인 것은 언론을 압박하고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를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권력에 부담되는 내용을 발설한 사람을 찾아내 본때를 보이겠다는, 정권 핵심부에 대한 과잉충성인 것이다.

상식적 권력 감시 보도의 취재원을 사정기관이 나서 색출하려든다면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고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비판기사가 나가면 해당자가 명예훼손을 제기하고, 경찰이 취재원을 색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이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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