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운하 포기가 거짓말이었다는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가 충격을 주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같은 사안에 대한 감사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질 수 있냐며 감사원을 비판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해 벌인 감사 결과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잘못했다고 해서 지금도 잘못을 덮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뒤늦게라도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면 과오에 대한 만회가 될 것이다. 다만 정권에 따라 좌충우돌하는 구태를 극복하기 위한 감사원의 실질적 독립 등 적절한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 정부가 저지른 실정 가운데 묻혀 있는 것들이 많다. 언론계에도 진실 규명을 고대하고 있는 ‘4대강’이 있다. 언론사 사찰 사건과 언론 장악 과정이 그것이다.
검찰은 지난 정권 시절 언론사를 포함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두 차례에 걸쳐 수사했지만 이른바 ‘윗선’은 하나도 밝혀내지 못한 채 덮어버렸다. 환자의 배만 가르고 서둘러 꿰매버린 꼴이다. 신임 검찰총장이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재수사가 이뤄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과 증거가 가장 많이 집중된 YTN은 불법사찰 진상규명이 해직자 복직과 회사 정상화에 핵심 열쇠가 되리라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의 언론 장악 과정도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다. 무수한 정황이 드러나 있지만 중요한 사실들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08년 8월 ‘KBS 대책회의’를 열어 후임 KBS 사장 인선을 논의했다는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다. 정부기관이 총 동원되다시피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과정도 전모는 감춰져 있다. 김재철 MBC 사장 임명에 윗선의 뜻이 반영됐다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증언도 있었다. 불법사찰 사건과 연결된 배석규 YTN 사장의 임명 과정에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량 해고와 해직사태의 장기화에 ‘보이지 않는 손’이 없었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안타깝지만 권력의 거대한 음모는 정권이 바뀐 뒤에야 진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권력투쟁의 부산물로 모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악순환의 쳇바퀴를 정지시키는 일이다. 지난 정권의 언론자유 탄압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대못’을 박아야 한다.
최근 촛불시위가 점점 번지고 있다. 몇몇 이념성 짙은 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2008년과 유사하다. 다른 점도 많다. 언론이 철저히 보도를 회피하고 있는데도 시위대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민이 광우병이라는 건강과 삶에 밀접한 이슈가 아니라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치적 문제 때문에 저항에 나섰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전횡을 저지른 역사를 경험한 중장년층이, 민주주의를 우리 사회의 최고 덕목이라고 배워온 청년층이 더 이상 민주주의의 후퇴를 지켜볼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시위 과정에서 단골로 비판받는 것이 언론 문제라고 한다. 언론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끼는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답이다. ‘언론판 4대강’을 바로잡는 것부터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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