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IPI의 석연치 않은 행보

최근 대한민국 언론은 두 개의 국제언론단체로부터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6일 한국을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워치 리스트)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다. 요한 프리츠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언론개혁’이란 미명 아래 독립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반면 국제기자연맹(IFJ)은 7일 한국언론이 일반적인 언론자유가 보장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IFJ 대표단은 “한국의 언론개혁은 지연돼서는 안될 급박한 과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긴 하지만 한국언론 상황에 대한 두 기관의 상반된 분석에 우리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IPI가 한국을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에 포함시킨 것이 과연 작금의 한국언론 상황을 제대로 조사하고 이해한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들의 분류대로라면 한국은 러시아, 스리랑카, 베네주엘라의 언론 수준에 머문다는 얘기가 된다.

우선 이번 한국에 파견된 `특별조사단’ 일행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요한 프리츠 국제언론인협회 사무총장, 로저 파킨슨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등 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애초 조사시한인 8일보다 이틀 앞선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이들의 조사는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 등 구속중인 언론사주 3명과 신문협회 최학래 회장, 한나라당, 국정홍보처가 전부였다. 면담일정에 포함된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당 관계자를 만나기 전에 미리 `준비된’ 조사결과부터 발표해 버린 것이다.

IFJ 대표단이 6일 최학래 신문협회장을 시작으로 성유보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안병훈 조선일보 부사장, 최홍운 대한매일 편집국장, 장준봉 경향신문 사장 등 각계인사들을 두루 만난 것과 대비된다. 또 IPI 대표단은 한나라당 박관용 언론자유대책특위 위원장 등을 면담하면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언론인은 빠져달라”며 비공개를 고집했다. 하지만 이 자리엔 조선일보 기자가 수행 겸 통역 요원이라는 이유로 배석했다. 객관적인 조사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의원들과 면담에서 “(구속된 사주들이) 법원에 항소하면 재판에 2~3년 걸릴 것이고 그때가 되면 여러분이 여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않기를바라지만, 사실이라면 세계적인 권위를 나름대로 인정받는 IPI의 이번 조사는 정치적 편향성만 드러낸 셈이다.

우리는 IPI의 이번 발표가 이제 갓 닻을 올린 한국언론 개혁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IPI는 이제라도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재조사를 통해 한국언론 상황을 제대로 살펴주길 다시한번 권고한다. 우리의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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