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옷 파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론 따돌리며 부랴부랴 법무장관 부인의 우스광스런 모습 담아

'수사대상자가 도도할 경우 이들이 소환되는 모습을 취재진에 공개한다. 기관총처럼 터지는 플래시와 뜨거운 방송 조명. 수사대상자는 검찰 청사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한 풀 꺽이게 된다’. 흔히 알려진 검찰의 방법이다.



그러나 ‘고급 옷 로비 의혹’ 사건에서 검찰의 태도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수사방향은 처음부터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는 연정희씨를 옹호하는데 맞춰져 있었다. 당연히 서울지검과 연씨 자택 주변은 연씨를 촬영하려는 사진기자들과 이를 빼돌리려는 검찰직원과의 피곤한 숨바꼭질이 연일 이어졌다.



6월 1일 새벽. 우리는 법무장관 자택 앞에서 조사를 마치고 돌아올 연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시 15분 우리가 서 있던 반대쪽 골목에서 아반떼가 정문입구에 날렵하게 차를 댔다. 1~2초 뒤 반대편에서 레간자가 쏜사락ㅌ이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분업’을 해 두 차를 향해 뛰었다. 레간자 안에는 단발머리 파마에 동그란 안경을 쓴, 영락없는 연씨가 앉아있었다. 사진기자 몇 명이 따라갔지만 여인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살짝 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똑바로 알고 찍으세요”.



마감을 위해 회사에 와 현상한 필름에는 검찰직원의 ‘과잉보호’를 받으며 집으로 부랴부랴 뛰어들어가는 우스꽝스런 연씨의 옆모습이 잡혀 있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이것이 ‘양동작전’임을 확신하게 됐다. 게다가 ‘대역’을 서가면서까지 사진기자들을 따돌린다는 것은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의 수준을 의심스럽게 하는 일이었다.



오전 2시 반경 국제부장이 ‘돌판’이라는 용단을 내려주었다. 돌판이 되지 않았다면 이 ‘대역’사건은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이 2장의 사진은 ‘옷사건’ 수사의 한계와 대한민국 검찰의 수준을 고발하는 영상이 될 수 있었다.



아침TV뉴스부터 동아일보를 보여주며 문제삼기 시작하자 검찰은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의 여인은 연씨가 다니는 교회의 전도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몇시간 뒤 법무장관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탄로났다. 레간자도 검사의 차였음이 밝혀졌다.



다음날 검찰은 흐지부지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스스로 권력의 시녀임을 자처한 검찰을 이제 누가 신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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