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자대회가 남긴 것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세계기자대회가 7박8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20일 폐막됐다. 전세계 74개국에서 110여명의 기자들이 참가한 이 대회는 2007년 서울과 금강산에서 개최된 국제기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IFJ) 특별총회 이후 국내에서 열린 저널리스트들의 가장 큰 국제적 모임이었다.

디벨트와 ARD(독일), 인테르팍스통신(러시아), 가디언(영국), NHK와 아사히신문(일본), 신화통신과 인민일보(중국), 알자지라(카타르)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수 언론사들의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내실있는 대회였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국내에서 치러진 글로벌 이벤트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북핵 위기로 취소되는 국제 행사가 줄을 잇고 있는 마당에 진실의 파수꾼인 저널리스트들은 전세계의 눈이 집중된 서울로 모여들었다. 그들이 눈으로 확인한 것은 우리 국민의 평화에 대한 열망과 선진적인 시민 의식이다. 또한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성숙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참가한 기자들의 공감대는 ‘한반도평화선언’으로 결실을 맺었다.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공동경비구역 JSA 방문도 성과로 남았다. 이러한 군사적 대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세계 기자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간 이후 쓸 한반도 관련 기사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전세계 저널리스트들에게 알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상당했다. 대부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말로만 듣던 우리나라의 IT·과학기술 수준과 지방자치단체들의 환경·생태친화적 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미디어환경 급변에 따른 각국 매체들의 지혜를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도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수많은 국제적 이벤트가 치러졌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민간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때다. 더욱이 저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이러한 민간외교의 장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언론을 통한 외교는 정부보다는 대표성있는 민간조직이 주도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정부는 각개약진식으로 전개되는 언론 민간외교의 장을 확대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고민하기를 바란다.

한국기자협회는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서울기자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외신 기자는 물론 국내 기자들의 참여도 더욱 확대해 세계 언론인의 견고한 네트워크로 자리잡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인 관심은 물론 국내 언론계의 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번 세계기자대회는 ‘언론자유’가 국가와 시대를 불문한 절체절명의 가치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했다. 대회에 참가한 한 외신 기자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데 왜 아직까지 해직언론인이 존재하는가”라는 말을 남겼다. IFJ는 대회 기간 중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 해직언론인의 조속한 복직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국가의 수준은 경제규모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완성도에 따라 평가되는 게 국제적 기준이라는 걸 재확인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의 최고 덕목인 언론자유를 수호하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를 세계에 빛내는 길이다. 새 정부는 해직언론인 양산 등 지난 정부 5년간 추락했던 언론자유를 회복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 2014년 ‘서울기자포럼’은 세계 기자들이 진전된 한국의 언론자유를 부러워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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