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사태는 진정 '노사문제'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요즘 정부여당에서 유행처럼 떠돌아다니는 말이 있다. “언론사 해직사태는 노사문제”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해직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데 그쳤다.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해직 언론인 출신에 유신 쿠데타를 비판했던 반골적인 소신을 가진 분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이 야당의 이경재 후보 불가론을 반박하며 했던 말이다. 우리는 이 말을 믿고 싶다.

그런데 1980년 신군부에 의한 해직언론인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까지 받은 방송계의 수장 후보가 유독 자기 후배들이 겪고 있는 해직사태는 노사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신군부의 언론인해직이 더 포악하고 대규모이긴 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5년간 언론인 해직사태가 신군부 이래 최악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공통점도 뚜렷하다. 권력의 개입이 없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사실이다. 권력이 언론사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를 짓밟은 채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 극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는 일어날 리가 없었다.

아무런 외부 개입이 없었는데 그저 그 언론사 노사가 자기네들끼리 치고받다가 해직자가 양산된 것은 아니다. 낙하산 사장을 인정하지 않으면 회사를 팔아버리거나 재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YTN을 겁박했던 게 YTN 노사도 아니었다. 김재철 전 사장의 ‘조인트’는 누가 걷어찼는가. 누가 국민 세금을 축내 언론사를 사찰했나. 지금 정부여당은 명약관화한 ‘팩트’를 애써 외면하는 ‘인지부조화’ 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건 이명박 정부 때 일이지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에서 이름만 바뀐 새누리당이 여전히 집권여당이고 정권까지 재창출했는데 이 또한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논리라면 나치당과는 근본이 다른 사회민주당이 배출한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가서 무릎을 꿇고 사죄할 필요도 없었다. 과거 김영삼 정부도 노태우 정부 시절 발생한 KBS·MBC 해직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결실을 본 선례도 있다. ‘불개입 원칙’은 말은 그럴싸하지만 남의 집에 분란을 일으켜놓은 사람이 이제는 식구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시치미를 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여당은 본인은 물론 가족과 동료들까지 피눈물나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MBC, YTN 해직 언론인들을 ‘이명박 정부 이전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뒤 사장을 임명하는 데서 손을 떼고 의혹이 있는 경영진을 보호하려 하지도 말라. 노조를 거들 필요도 없다. 보도와 인사에도 끼어들면 안된다. ‘해직자 복직’ 다음 과정은 평소 밝힌 대로 ‘노사 자율’에 맡기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불개입’의 본 뜻은 이명박 정부가 일궈놓은 언론장악의 유산들이 ‘알아서 기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15일부터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세계기자대회에서도 해직언론인 문제는 관심거리였다. 해직사태 장기화는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대한민국의 국제적 수치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한다면 새 정부에게도 걸림돌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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