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스스로 물러날 마지막 기회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회사가 직원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MBC 직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고 한다. 당사자 동의 없이 악성 프로그램을 고의로 유포해 직원들의 메일과 메신저, 일기까지 무단으로 전송받는 감청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이 정도 사건이면 당장 검찰이 나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사주가 처벌받고, 언론이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MBC는 2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방송그룹이고,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회사가 아닌가.

MBC 사측은 컴퓨터 해킹뿐 아니라 사무실 안에 고화질 CCTV를 대거 설치해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 보는 뉴스데스크가 이 같은 해킹과 감시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김태호 PD의 ‘무한도전’이 이런 환경에서 제작된 것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영국 BBC나 일본 NHK, 중국 CCTV 등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특파원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KBS와 SBS는 어찌된 영문인 지 침묵하고 있다.

하기야 김재철씨가 MBC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MBC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상화됐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이상한 일은 뉴스가 되지 않을 지경이 돼버렸다. 출연진을 정치적 색깔로 구분하고, 프로그램을 밥 먹듯 폐지했다. 정규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테러범 인터뷰를 대신 방송한 것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김재철 사장은 온갖 불법행위로 스스로 뉴스를 만들었다. 국정감사 불출석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감사원법 위반으로 감사원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엄청난 액수의 법인카드 사용으로 인한 배임·횡령 혐의, 해킹으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CCTV 설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이 제기됐고, 추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해외토픽’에 나올 만한 그의 행태는 우리 언론계의 어두운 그림자다. ‘족벌언론’ 사주들조차 이렇게까지 상식을 우습게 여기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공영방송의 이미지는 물론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실추시키는 그를 비판하는 건 언론인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하지만 MBC의 한 기자는 그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정직을 당했고, 재심을 청구하자 정직 기간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김재철 사장은 맘에 들지 않는 방송인들을 마구잡이로 내쫓는 ‘방송인 대학살’까지 저지르고 있다. 도대체 누가 김재철 사장에게 이리 막나갈 수 있게 해줬는가?

MBC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공공법인의 이사장이 사퇴하고, 새 이사가 선임됐다. 이에 앞서 MBC 지분의 30%를 갖고 있는 장학재단의 이사장이 물러났다. 방통위원장도 사퇴의사를 밝혔고, 김재철 사장의 가장 큰 보호막이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전직’이 됐다. 그의 불법행위를 애써 외면해온 검찰과 경찰의 수뇌부도 교체됐다.

이제 남은 것은 김재철 사장이다. 이제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지켜줄 사람이 모두 떠난 지금 김재철 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 않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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