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다면 물러나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언론인 출신이라는 이유에서였나 보다. 윤창중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취임인사 겸 첫 기자회견에서 언론인을 ‘동지 여러분’으로 부르며 “동지 여러분께서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제가 하는 일을 적극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를 동지로 생각한 적이 없다. 24년 경력의 한 언론인은 그가 ‘동지’라고 부른 것에 진심으로 화를 냈고,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이 제대로 반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자정신의 실종’을 한탄했다. 윤 대변인이 자랑스러워하는 30년 언론 경력은 코리아타임스와 KBS에서 노태우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실로, 세계일보에서 다시 이회창 신한국당 대선후보 캠프로, 문화일보에서 다시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로, 언론과 정가를 숱하게 오간 철새인생이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결코 기자 선배로 존경하지 않는다. 뜻이 있어 정치에 입문하는 일이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권력에 대한 징검다리로 언론매체를 사용(私用)하는 기자를 기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동지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어려움을 마다 않고, 외압과 유혹에 굴하지 않고 써야 하는 것을 쓰는 기자다.

그래도 30년을 버텼기 때문인가. 윤 대변인은 6일 인수위 회의 브리핑에서 “기사거리가 안 된다. 영양가가 있고 없고 판단은 대변인이 한다”며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입을 닫는 이유로 “30년 정치부 기자와 논설위원, 논설실장을 하면서 느낀 것”이라며 “(취재원과) 언론과의 신뢰가 형성돼야 그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언론관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니 우리는 그를 괜찮은 대변인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대변인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없다. 인사 전후 자신이 새 정부에 들어가는 것은 “윤봉길 의사가 독립됐다고 문화부 장관 하는 것과 같다. 내 영혼에 대한 모독”이라더니 “문중 할아버지뻘 되는 윤봉길 의사라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쉽게 말을 바꾸는 인물인지 짐작이 간다. 홍보커뮤니케이션 임무를 맡아 전업한 언론인이 많지만 언론인 경력을 내세워 선배 행세를 하는 이들은 결코 대접받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거울삼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애쓰는 이들이 신뢰 받는다.

윤 대변인에 대한 인선 발표가 났을 때부터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던 것은 그가 극도로 편향된 칼럼을 통해 분열주의를 조장하는 데 앞장섰다는 점이었다. 그는 “칼럼을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한 인터넷언론이 10년치 358개 칼럼을 검증한 결과를 보면 여권과 야권에 대한 적대적 칼럼이 각각 2개, 78개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차라리 그의 편향성은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장에 대한 존중이 없는 그의 막말은 참기 어렵다. 인용하기조차 거북한, 이념적으로 다른 세력을 반(反)대한민국으로 몰아세우는 그의 표현은 욕설이나 같았다. 야권에 대한 비판이 다수인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글의 힘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기자로서 자격미달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숱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돌이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기대할 것은 윤 대변인의 용기일 뿐이다. 30년 언론인 경력에서 조금이라도 보고 배운 것이 있다면, 이제라도 물러나라.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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