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단일화 왜 없애지 못할까?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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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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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단일화로 시작해 단일화로 끝났다.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진행됐고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두고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진행됐다.
경남의 경우 4·11 총선서는 16개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 단일화가 이뤄졌으나 김해갑에서만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겼다. 거제가 무소속이 당선(나중에 새누리당 입당)됐고 나머지 모든 지역은 새누리당이 승리를 가져갔다. 창원 성산구와 거제에서는 진보신당 후보가 끝까지 남아 득표 경쟁을 벌였다.
경남에서는 단일화를 둘러싸고 통합진보당이 패권을 행사했다. 민주통합당이 상대적으로 세력이 적기 때문이다. 단일화 자락을 깔았던 이른바 시민사회 진영은 누가 봐도 두드러지게 통합진보당을 편들었다. 단일화에 나서지 않은(또는 못한) 진보신당은 어디서나 찬밥 신세였다.
진보신당 후보가 강세였던 거제에서는 막판에 통합진보당 후보까지 사퇴했으나 단일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2등(새누리당)조차 차지하지 못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단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결과였다.
‘묻지마’ 단일화였고 ‘닥치고’ 단일화였다. 야권에서는 단일화만 하면 이길 것처럼 난리를 피웠으며 그 결과 정책이나 공약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그에 앞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단일화 과정은 길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단일화도 마찬가지 길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김두관 도지사 중도 사퇴로 치러진 경남 도지사 보궐 선거 후보 단일화도 마찬가지였다.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야권에서는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와 민주통합당 공민배 후보, 무소속 권영길 후보가 단일화에 나섰다.
공민배 민주통합당 후보는 내부 경선에서 다른 세 후보를 물리치고 선출됐지만 중앙당으로부터 공천장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퇴했다. 중앙당이 이른바 대선 승리를 위해 권영길 후보에게 무조건 양보하라고 강요한 탓이었다.
권영길 후보와 이병하 후보 사이 단일화는 더없이 지리하고 재미없었다. 통합진보당은 처음에는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단일화에 나섰다. 권영길 후보는 단일화 방식과 기준을 놓고 앞서 했던 말을 뒤집었다. 지켜보는 이들로서는 넌덜머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또 단일화 과정에서는 꼭 시민사회운동단체 사람들이 나선다. 자기네들은 고고한 존재인 양 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정치를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지 어정쩡하게 선거판에 기웃거리면서 훈수나 해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단일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런 재미없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 좋겠다. 단일화는 정치를 우스개로 만들고 알맹이는 없이 껍데기만 남긴다. 단일화 과정에서는 정책이나 공약이 실종되기 일쑤다. 단일화 여부에만 모든 것이 집중됐다. 결국 편 가르기다. 편을 잘 갈라서 상대방을 고립시키면 이기고 그렇지 않으면 지는 식이다.
단일화를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선거법을 바꿔 결선투표제만 도입하면 된다. 여기에 대선거구제까지 채택하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적극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정당에서 중추를 차지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이 결선투표제와 대선거구제가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들을 유권자들이 뽑지 않아야 하는데(특히 영남과 호남에서), 실제로 그럴 개연성은 거의 없다. 이들 두 정당 말고도 그럴 듯한 정치세력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정치에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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