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잔치는 끝났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2012년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후대는 2012년 언론계를 어떻게 평가할까.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진 ‘정치의 해’였다. 언론계도 당연히 조용할 수 없었다.

언론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던 한해였다. 한국방송광고공사 독점체제였던 방송광고판매 시장이 31년 만에 공영·민영미디어렙 경쟁체제로 바뀌었다. 지상파 24시간 종일방송 시대가 열렸고 아날로그 방송도 디지털 방송에 자리를 내줬다. 언론사를 ‘을’로 만든 ‘갑’ 포털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폐지하고 새롭게 ‘뉴스스탠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뉴스 소비 형태를 혁신한 스마트미디어의 활성화는 올해도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변화는 애교에 불과했다. 1월30일 MBC노조의 총파업을 신호탄 삼아 KBS 새노조, YTN노조, 연합뉴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미 지난해 말 파업을 시작했던 국민일보도 있었다. 5개 언론사 노조의 파업일수를 합치면 600일에 가깝다. 기어 다니던 아기가 뛰어 다니고 의사소통이 될 시간이다.

올해 언론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김재철’이 아닐까 싶다. 김재철 MBC 사장은 움직일 때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195억원에 이르는 노조 상대 손해배상청구액은 언론사 노사관계 역사에서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시용기자라는 신개념 고용형태를 도입한 것도 김 사장의 ‘업적’이다. 이른바 ‘신천교육대’를 통한 언론인 재교육에도 앞장섰다. 자신의 임기 동안 해고자 8명 포함 223명을 징계하는 ‘강단’을 보여주는 한편 여성지나 심야시간대 방송에 등장할 법한 복잡한 내러티브의 스캔들이 언론계에도 가능하다는 점도 증명했다. “나는 결백해”라고 주장하는 점도 닮았다.

안 그래도 일이 많아 피곤한 기자들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되새기며 숨을 죽여야 했다. 크게 바쁠 일 없는 출입처 중 하나 정도로 생각했던 국무총리실이 언론사를 사찰하는 곳이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경찰도 아니고 국정원도 아닌 우리 행정부의 수장이 지휘하는 그곳이 언론사의 사장 인사까지 일일이 걱정하는 세심한 기관이었던 것이다. 정보 보고야 누가 못하나, 기자들도 다 하는데 여겼던 게 순진했다. KBS 새노조 ‘리셋 뉴스9’ 팀이 폭로한 언론사 불법 사찰 문건이 그것이다.

“그러다 해고가 임기 5년 내내 가는 수가 있다”던 사측 간부의 협박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 신통력을 무기로 자리라도 깔아야 할 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해 해고됐던 YTN 해직기자 6명은 그와 임기를 같이 하게 됐다. 아직 후배들에게 젊은 오빠라고 주장할 수 있었던 40대 중반 기자가 지천명을 해직상태로 맞게 됐다. 동료들은 3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그들이 해직자로서 마지막 추억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안 되는 것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기자협회의 YTN 기자 복직탄원서명에는 4107명의 기자들이 함께했다. 진보·보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착실했던 그 친구가 잘렸다니 말이 안된다”는 상식의 분노였다. 방송이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신문이 제대로 쓸 수 없었던 한 해였지만 ‘뉴스타파’라는 새로운 형식의 매체가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올해보다 2013년 송년회가 궁금하다. 우울한 넋두리 판이 아닌 진정한 파티가 벌어지길 바란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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