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위기는 대의민주주의 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국내에서 신문 산업의 위기는 아직 신문의 문제일 뿐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로 ‘경제민주화’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대선에서도 ‘신문의 위기’는 담론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물론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야권의 단일후보가 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도 신문의 위기에 대해 이렇다 할 공약은커녕 진지한 고민의 흔적조차 없다. 여기에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신문산업의 몰락은 당연한 것이며 신문이 사라지면 방송, 인터넷, SNS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믿음이 그 밑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신문의 위기는 이대로 방치돼도 괜찮은 것일까. 2010년 9월 미 의회 조사국(CRS)은 ‘전환기의 미국 신문 사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신문산업의 위기가 방치될 경우 정당정치가 무력화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신문사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발행부수를 줄이고 인터넷 전문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취재인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언론의 자본과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중들의 분노가 의회정치를 통해 걸러지기보다 직접적인 거리정치로 표출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미 의회의 이같은 경고는 실제로 1년후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규모 시위로 현실화됐다. 특히 미국 신문산업의 위기는 건전한 지역언론들을 고사위기로 몰아넣는 반면 루퍼드 머독과 같은 미디어재벌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월가 시위를 이끌었던 시민단체 ‘에드버스터스’의 설립자 칼레 라슨이 “미국의 주류 언론은 미국 금융투기세력과 미디어 재벌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 체제의 일부일 뿐”라고 일갈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마디로 미국의 사례는 경제민주화의 과제와 신문산업의 위기, 대의민주주의 위기가 서로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시 신문사의 위기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신문시장은 시장독과점적인 일부 대형언론들과 지역토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이비신문들로 급속하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통해 신·방겸영허용, 신문복수 소유규제 폐지, 대기업 신문소유규제 완화등 신문법을 철저하게 시장 독과점적인 일부 대형언론에 유리하게 개악시킨 바 있다. 반면 신문의 구독계약 강요나 무가지 및 무상경품 제공 등 신문시장의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신문고시제도는 공정거래위의 직무유기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여론다양성과 지역성 강화를 위한 정부의 공적지원 정책도 시장논리와 효율성을 내세운 이명박정권의 미디어산업정책에 의해 과점신문에 대한 편향지원 논란을 낳는 등 근본취지가 퇴색됐다. 하지만 신문시장의 이 같은 황폐화 위기는 그동안 현 정권의 폭압적인 방송장악 시도에 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대선후보들은 현재 신문이 당면한 위기와 이명박 정권에 의해 파괴된 신문시장 질서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신문의 위기는 경제민주화의 위기인 동시에 대의민주주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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