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들은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 KBS, MBC가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KBS는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야당 이사들이 불참한 채 여당 이사들끼리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급기야 90일에서 170일까지 장기파업을 벌였던 KBS새노조, MBC노조가 파업 재돌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양대 공영방송이 이렇게 위기에 처한 적이 없었다.

사실 현 정권 5년 내내 공영방송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문제는 사장 선출에 있었다. 특보 출신이거나 대통령의 측근이 사장을 맡으면서 양대 방송은 갈등을 거듭했다. 지난 일은 뼈아픈 경험으로 새겨놓더라도 앞으로는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KBS 야당 이사들과 양대 노조는 특별의사정족수제와 사장추천위원회를 도입해 새 사장을 뽑자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7대 4의 여야 이사 구도에서 기준을 3분의 2로 하는 특별의사정족수제를 도입하면 8명이 참석해야 한다. 이는 설득력이 있다. 설령 여야가 뒤바뀌더라도 서로 최대한 인정할 수 있는 사장을 선출하는 합의정신을 강조하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사장추천위원회가 가동돼 사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사장 선임 과정의 잡음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어떤 사장이 되더라도 일방적인 독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KBS의 독립성 문제도 해결될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거부하는 여당 이사들의 논리는 빈약하다. 특별의사정족수제가 방송법에 위반된다고 하는데 노조가 의뢰한 법무법인들은 모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노조의 의견이니 객관적이지 않다면 이사회가 나서서 법률적 검토를 해보면 될 일이다. 공영방송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사장을 선임하자는 대전제를 소중히 여긴다면 다른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끝내 일정을 밀어붙이겠다는 게 이길영 이사장과 여당 이사들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또다시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KBS에 낙하산 사장을 앉히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MBC 방문진도 마찬가지다. 이정도 논란을 일으킨 사장이라면 방문진이 도의적으로라도 조치를 취해도 벌써 취했을 일이다. 방문진은 1992년 최창봉 사장, 1996년 강성구 사장의 거취 논란이 일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역사적 경험도 갖고 있다. 그런데 다수를 점한 여당 이사들은 사장에 대한 명백한 의혹보다 노조 죽이기에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방문진은 MBC의 미래와 시청자의 권익 대신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의 미래가 더 관심사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변명이 군색하다.

공영방송 이사들은 명예는 물론 겸직 허용과 더불어 물질적 대우도 넉넉하게 받고 있다. 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들은 KBS, MBC 이사의 경력을 자랑스레 앞세울 것이다. 임명해준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라고 국민이 이런 혜택을 허용해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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