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흉악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임산부부터 어린이에 이르는 거침없는 범죄 행위에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이 크다.
이같은 천인공노할 범죄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시키고 재발 방지를 도모하는 것은 분명 언론의 할 일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보도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나친 경쟁적 보도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선일보의 피의자 얼굴 사진 오보만 부각할 문제가 아니다. 경향신문은 피해 아동의 일기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대부분의 언론은 피해 가정의 집 구조와 위치는 물론이고 피해자의 부상 정도를 신체 부위까지 묘사하며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지난해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도 어긋난다. 준칙은 제2장 인격권에서 ‘범죄 피해자나 제보자, 고소·고발인의 신상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7장 아동인권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충격을 줄 우려가 있는 선정적·폭력적 묘사를 자제한다’ ‘범죄사건을 재연할 경우 아동을 출연시키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범인의 범죄수법까지 상세히 보도하는 것 또한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킬 우려를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 역시 이같은 보도는 범죄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명이 사건과 조어(造語)가 돼 고유명사처럼 반복 보도되면서 해당 지역의 이미지 실추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앞으로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지역을 특산물이나 미담으로 기억하기보다 끔찍한 범죄 현장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다.
언론이 성범죄를 비롯해 흉악범죄를 이렇게 과열 보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논란이 많았지만 어느 정도 범죄 억지 효과가 있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나 경찰청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통계 추이만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동 대상 성범죄 건수는 2006년 5168건, 2007년 5460건, 2008년 6339건, 2009년 6782건, 2010년 7367건 등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물론 언론보도만이 변수는 아니지만, 집중적 보도가 성범죄를 예방하는 실효성이 있는지 근거가 부족하다.
성폭력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는 음란물의 범람, 가부장적인 성문화, 해체 가정의 증가, 급증하는 취약계층과 빈약한 사회안전망 등 복합적인 면을 갖고 있다. 성범죄자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증오와 박탈감을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통해 해소하려는 병적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는 일종의 형벌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형벌의 강화만으로 흉악범죄를 막을 수는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만 흥분하지 말고 평상시부터 비인간적 범죄가 발생하는 근원을 처방하기 위한 꾸준한 관심과 보도가 필요하다. 또한 언론부터 자기 홈페이지나 지면, 방송에 실리는 선정적 콘텐츠를 과감히 정리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혹시 조회수와 시청률을 의식한 보도는 아니었는지 자문하는 성찰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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