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와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진이 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양대 공영방송 이사회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유례없는 언론사 대파업의 소용돌이 뒤에 펼쳐지는 이번 이사진 선출은 그 무게가 남다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회 개혁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은 지난 6일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사의 낙하산 사장 방지를 위해 이사회를 여야 동수 추천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KBS 이사회와 방문진은 여당 추천 인사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해 논란을 자초해왔다. 배 의원의 법안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사진을 여야 추천 동수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사장을 선출할 때 3분의 2가 지지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조항도 도입했다. 또한 공영방송 사장의 결격사유를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방송·통신·법률·경영 등에 대해 자문이나 고문 등의 활동을 한 자”는 공영방송의 사장이 될 수 없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도 지난달 속칭 ‘낙하산 사장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방송법과 방문진법 개정안 역시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를 여야방통위가 동수로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아랑곳없이 법 개정 이전에 이사진 교체 일정이 추진되고 있어 우려된다. 국회에서조차 “정치권이 낙하산 근절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새 이사 후보 공모 진행을 보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불안한 조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KBS 새노조는 비리 의혹을 받고 있고 노사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임원 출신의 K씨가 이사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이 같은 문제적 인물이 KBS 이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KBS 내부 지지 세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KBS 1노조도 2007년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던 원로 방송인 S씨의 KBS 이사 내정설을 공개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KBS는 또다시 특보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1노조는 부적격자인 C씨가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김재철 MBC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방문진 이사진 내정 및 사장 임기 유지설’을 흘렸다는 소문도 예사롭지 않다. 물론 김 사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공개한 노조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펄쩍 뛰고 있다.
이번 양대 공영방송의 이사진 재구성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차기 정권 하 5년의 방송계 판도를 좌우할 중차대한 과정이다. 또다시 불공정보도와 낙하산 사장의 논란에 언론계와 사회를 소진시킬 수도 있다. ‘만사兄통’이라던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는데도 정부는 가쁜 숨을 유지하며 공영방송 이사진 재편에 마지막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현 정부는 이제 어떠한 일도 도모할 처지가 못된다. 역대 헌정사를 봐도 임기 말에 무리수를 뒀다가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더구나 5년 내내 언론자유를 탄압해 온 현 정부라면 더욱 더 염치없는 짓이다. 여야도 주판알을 튕긴 끝에 책임을 방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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