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언론사들의 파업사태, 여전히 다섯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공영방송 MBC의 파업은 한국 방송사(史)에서 최장기 파업으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렇게 유례가 없는 사태를 부른 것은 물론 ‘낙하산 사장’으로 대표되는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구조의 문제이고, 김재철 MBC 사장 개인의 부도덕성이 일차적 원인이다.
그러나 다섯 달 넘게 공영방송 노조의 파업이 계속된 것, 무엇보다 한 사회의 여론형성과 문화의 중심이어야 할 공영방송의 파행이 그대로 방치된 점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기능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우리처럼 방송의 편파성이나 경영진의 비리 같은 ‘낮은’ 차원의 위기는 아니었지만 공영방송 제도의 대표격인 영국의 BBC도 여러 차례 심각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주목해 볼 것은 이때마다 사회 전체의 여론을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고 정치권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만 보면 2003년 길리건 기자의 이라크 문건 보도 파동이 일어나자 블레어 총리는 신속하게 고등법원 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맡겼다. 그 결과 보도과정의 문제점이 지적돼 BBC의 사장과 경영위원장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2007년엔 재허가 과정에선 BBC의 경영위원회가 지나치게 사측에 밀착돼 감독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을 받자 BBC의 감독기구는 BBC트러스트와 집행이사회로 이분화되는 대수술을 받게 된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의회가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반면 우리의 국회는 장장 150일의 파업을 지켜본 뒤에야 여야가 사태해결을 위한 합의문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것도 개원협상 타결의 일부분으로 그나마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의 요구를 상식과 순리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칙적인 문구였고 파업 청문회 개최도 ‘노력한다’는 문구에 머물렀다. 국민의 시청권을 지켜줘야 할 의원들로서는 너무 늦었고 미덥지 못한 성과다. 물론 그 합의문이 말한 ‘상식과 순리’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전제돼 있음은 물론이다. 김재철 사장의 비리는 노사 양측의 공방으로 처리하기엔 그 규모나 비도덕성이 너무나 확실한 흠결이고 군사정권시절을 능가한 방송인 탄압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비극이자 대한민국 ‘국격’의 손상이기 때문이다.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교체까지 기다릴 것 없이 국회는 청문회를 열고 이 문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방송을 돌려주는 것은 한시가 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방문진 출범 이후에도 김재철 사장이 출석거부 등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정연주 KBS 사장의 퇴임 당시, 결국 거짓으로 판명된 배임혐의를 갖고 사정당국은 물론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한목소리로 “즉각 퇴임”을 외쳤고 결국 관철시켰다.
이제 우리는 다시 정부 여당과 전체 정치권을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4년 전 외쳤던 ‘공영방송을 되살리기 위한 신속한 개입’을 이번엔 과연 어떻게 해낼지 지켜보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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