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장기간 파업으로 ‘무한도전’의 제작이 중단됐지만 김재철 사장의 ‘무한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역대 언론 파업사태 중 가장 많은 징계·해고를 남발하고 있는 MBC는 지난 20일 또다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에 대해 해고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2010년 3월 김 사장 취임 이후 모두 8명의 해직자와 69명의 대기발령자를 포함해 200명이 넘는 언론인이 징계를 당했다.
특히 ‘해고학살’로 표현되는 최근의 ‘묻지마’식 징계남발로 김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은 징계권 행사에 있어 최소한의 원칙마저 포기했다. 현행 노조법 23조는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정직, 전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란 징계대상, 징계절차, 징계양정에 있어 모두 정당성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취업규칙, 단협에 명시돼 있지 않은 이유로 해고를 할 수 없으며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하되 근로자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MBC는 최 PD와 박 기자에 대해 근로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해고를 통보하면서 ‘사내질서 문란’이라는 극히 추상적인 해고사유만을 제시했다.
MBC의 이 같은 ‘묻지마’식 보복징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YTN, 국민일보에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국민일보의 경우 노사간 대타협으로 173일 만에 파업사태가 종료됐으나 사측은 업무복귀가 이뤄지자마자 ‘파업과 관련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노조와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노조원 6명에 대해 대기발령을 했다. 국민일보 측은 ‘직제개편으로 인해 대기발령이 필요하다’는 군색한 변명을 내놨지만 이들 6명이 모두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조합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파업 조합원에 대한 보복인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는 단협의 합의정신 위반 이전에 정당한 단체행위나 조합활동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한 노조법 81조1항·5항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간호사, 아나운서 등과 마찬가지로 고유 업무가 정해진 사진부 조합원 2명을 본인의 동의없이 ‘업무의 객관적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 국제부 등으로 전근발령을 낸 것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백한 부당전직으로 볼 수 있다.
YTN 역시 최근 노조 전임자 3명에 대해 정직 2개월에서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리고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김재철식 노조 탄압전술’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YTN사측은 낙하산 사장 퇴진을 내건 노조파업은 ‘불법파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언론사 사찰문건에서 현 정권의 비호 의혹이 드러난 배석규 사장의 진퇴문제는 언론사 고유의 업무특성을 감안하면 ‘근로조건(공정보도)개선을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적잖은 노동법 학자들의 지적이다.
MBC, YTN, 국민일보의 대량 징계남발은 이미 도덕적으로 파산을 당한 언론사 사장이나 사주들이 ‘노동법’에 의존해 상대방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무리수는 그들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다.
이제 ‘법을 지키라’는 말은 노조가 아니라 이들 언론사 사장들이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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