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KBS 파업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KBS 새노조가 94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을 통해 내걸었던 사장 퇴진이라는 애초 목적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선 공정보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 적지않은 성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KBS 새노조의 파업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새노조 조합원수는 1노조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KBS 사상 최장기 파업을 지속하며 이 정도 결과물을 쟁취해낸 것은 ‘작지만 강한’ 새노조 조합원과 집행부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보도국 조합원 중심으로 제작한 ‘리셋 뉴스9’는 한국 언론 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리셋 뉴스9’가 폭로한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제는 총선 정국에 핵으로 등장했다. 앞으로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리셋뉴스 제작단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인력과 장비는 모두 열악했다. 연일 밤을 새우는 중노동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행복했다고 말한다. 공정방송을 위한 첫번째 필요조건은 화려한 제작 환경이 아니다. 언론의 비판 감시기능에 대한 구성원들의 뜨거운 열정이다. KBS 새노조는 이를 직접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일부에서는 KBS가 파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방송에 눈에 띄는 차질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KBS 새노조의 파업에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다.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파업을 진행했다. 외부에서 느끼는 온도와 내부의 온도는 달랐다. KBS 내부에서는 파업의 압박이 강했다.

KBS 새노조의 파업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또다시 타오를 수 있는 불씨는 남아 있다. 복귀 후 노조 차원이 아닌 현업인 차원에서의 목소리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공정방송을 위한 약속을 해치려는 시도가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파업이 가져다준 최고의 성과는 구성원들의 공정방송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이다.

KBS가 파업 뒤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아직 MBC 등 다른 언론사의 파업은 진행형이다. 동지적 애정을 계속 간직해야 한다. 함께해 왔기에 버틸 수 있었고 함께해 왔기에 슬프지 않았다는 것을 가슴 속에 깊이 새겨야 한다. 언론계 동료들은 파업 언론사의 진실을 보도를 통해 알리겠다는 새노조의 다짐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KBS의 파업을 지지한 국민들과의 약속이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새노조의 파업을 격려했다. 제대로 된 공정방송을 해달라는 소망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파업에 임하던 그 정신을 방송에 담아내지 못한다면 역으로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을 보이콧하는 ‘총파업’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복귀 뒤 구성원들 사이에 일 수 있는 내부 갈등도 최소화해야 한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파업 초기 전국을 누비며 국민들과의 소통을 외치던 파업원정대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파업 뒤 거듭난 진정한 국민의 방송 KBS를 기대해본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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