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언론운동 혹은 공영언론 대파업, 후대는 올해 기자들의 파업을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국 현대 언론사에서는 1987년 이후 가장 큰 변곡점으로 기록될 수 있을 거란 점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공공성 확보에 있어 가장 큰 약점이지만 항상 개혁의 후순위로 밀렸던 ‘공영언론에 대한 정부 통제’가 정면으로 파헤쳐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어떤 역사적 의의가 붙을지 알 수 없지만 싸움의 양상은 혹독하고 일선에 나선 기자들의 상황은 위기 그 자체다.
이번 파업의 시발점이자 넉 달 넘게 파업을 계속해 온 MBC의 노조원들 35명에게 지난 1일 집단 대기 발령이 내려졌다. 벌써 6명의 해고자가 나온 사업장에서 잠재적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대기발령을 수십 명에게 내린 것이다. 이유도 밝히지 않은 ‘금요일 밤의 폭거’의 피해자들 중엔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기자와 아나운서 등이 대거 망라됐다.
동시에 MBC 사측은 파업 중엔 금지된 대체인력 선발에 박차를 가해 수십 명의 기자와 PD를 새로 뽑고 있다. 계약직이나 ‘시용’이란 제약을 가진 신분으로 파업 참가가 불가능한 인력이다. 독립된 전문인이라는 기자사회 전체의 위상을 처참하게 망가뜨리고 언론인들끼리 분열하게 만드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조직적인 탄압이 김재철 MBC 사장 단 한 명의 의사에 의해 이뤄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무용가에게 공연료 형식으로 수십억원의 특혜를 주고 급기야 함께 아파트 투기까지 한 의혹에 선 김재철 사장은 회사 경영의 능력을 잃은 지 오래다. 호텔과 오피스텔을 전전하며 MBC 직원과 시민들의 눈을 피하다가 회의 때만 여자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회사를 찾는 사장이 이런 조직적인 탄압을 이끌 수 없다.
반면 이번 기회에 공영방송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노조와 기자단체를 와해시키겠다는 정권 고위층의 의지가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청와대 주변에선 숱한 흠결에도 불구하고 노조에 밀리지 않고 김재철 사장을 지키겠다거나 만약 김 사장이 낙마하는 일이 생기면 더 강성의 인물을 임명해 기자들과 노조를 제압하겠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교통정책에 대한 비판, 대통령 재임 초기엔 광우병 촛불시위 등으로 그렇잖아도 MBC의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 악연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임기 말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비판적 언론인들이 모두 축출된 ‘껍데기 공영방송’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너무나 암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MBC 김재철 사장의 비리와 대량 해고사태에 침묵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대선주자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도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공영언론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아예 없애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에 찬성하는지 그로 인한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를 받아들겠다는 것인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계속된 침묵은 결국 현 정부의 공영언론 통제를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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