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사태가 충격을 주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자 경선 투표에서 부정과 부실이 저질러졌다는 것은 물론 이른바 ‘구당권파’로 불리는 정파의 안이한 사태 인식은 심각하다. 급기야 일부 당원들이 중앙위에서 지도부를 폭행하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져 진보정당에 대한 절망까지 생기고 있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북한에 대한 접근 또한 사회적 상식에 걸맞지 않는다. 과거에는 정통성 없는 군사정권이 대북 정보를 독점했다. “머리에 뿔 달린 북괴” 식의 호전적 반공 이데올로기가 독재체제를 지탱하던 상황에서 당시 민주화 세력이 북한에 대한 재인식을 주창한 것은 사필귀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의 폐쇄성에서 비롯된 정보 부족을 제외하면 북한에 대한 소식에 접근하는 데 기본적 어려움은 느끼지 않는다. 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평화의 불안정성은 북한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인권 분야에서도 남한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자유를 비롯한 인권 수준이 후퇴하고 있으나 북한은 훨씬 심각하다.
따라서 언론이 현대 정당정치에 무지하거나 혹은 무시하고 있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인식과 합리적이지 못한 대북관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자기들만의 성에 갇혀 있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못지않게 이성을 잃고 과열 양상을 띠어가는 언론의 보도가 우려스럽다. 언론은 매일 통합진보당 사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는 정당한 비판을 넘어 공안몰이, 개인에 대한 인격 살인, 진보정당 자체에 대한 말살 차원으로 변질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진보세력에 대한 이념적 총공세가 누구에게 이득이 될는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 보수신문과 파업으로 보도국이 공동화된 방송사들이 앞장서 통합진보당 사태를 야당 및 진보세력 전반에 대한 색깔론으로 확대해 대선에서 여당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창출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진보정당의 혁신, 정당 정치의 발전에도 해를 끼친다. 통합진보당 사태는 진보정당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가 언젠가 치러야 할 통과의례다. 당 안팎에서 지난날의 폐단을 바로잡고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이 여기에 특정 이념의 잣대와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히로시마 폭격’을 가한다면 오히려 당 개혁을 무산시키고 논점을 엉뚱한 방향으로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일부 언론의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근 ‘노건평씨 뭉칫돈’ 보도에서 나타났듯 언론은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있다. 확인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일방적으로 받아써 확대재생산한 언론들의 보도 행태는 검찰의 말바꾸기로 굴욕을 당했다. 언론들이 현 정권 들어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노건평 사건처럼 득달같이 달려들었다면 어땠을지 자문해 볼 일이다.
상대편에 불리한 내용에는 맹수처럼 달려들고 우리편에 불리할 것 같으면 양이 되는 ‘이중잣대’는 우리 언론이 지닌 정파주의의 일그러진 얼굴이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국면에서 이러한 정파주의적 보도가 계속될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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