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 19대 국회가 나서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국민일보와 MBC의 파업이 100일을 넘기는 등 언론사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돌파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심각하다.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언론사의 파업으로 인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을 오히려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하지만 언론사 파업을 개별 기업의 문제로 치부하며 기꺼이 방치하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애초에 파업의 시발점이 낙하산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 보장이었다는 점에서 막다른 길에 몰린 파업 해결의 실마리는 이달 말 출범을 앞둔 19대 국회에 있다. KBS, MBC, 연합뉴스 등 현재 파업 중인 언론사들은 사장 인사에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곳들이고, 이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인사제도 개편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쥐고 있다.

이미 18대 국회에는 언론사 사장에 대한 공정한 인사를 보장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이 올라 있었다. 정장선(민주통합당) 허원제(새누리당) 의원 등이 각각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해 계류 중이다. 허원제 의원 발의안은 KBS 이사회가 KBS 사장을 임명 제청할 때 재적이사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토록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일본 공영방송 NHK의 모델을 도입했다. 정장선 의원 발의안은 KBS 이사 정원을 12명으로 1명 증원하고 여야와 방통위가 4명씩 추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정당활동이나 대선후보 선거대책기구 활동, 또는 정부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재직한 사람의 경우 3년이 지난 뒤부터 KBS, MBC 등의 임원이 될 수 있도록 방송법·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명 ‘낙하산 금지법’이다. MBC 노조는 사장 선임권이 있는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를 현행 방송통신위원회 임명이 아닌 국회 추천으로 변경하도록 하고, 특정 정당이 과반을 차지할 수 없도록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법 개정 시도는 모두 언론사 사장 선임과정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낙하산 사장이 인사와 프로그램 편성 등에서 언론의 공영성을 훼손해 오늘날의 언론사 파업으로 이어졌고,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법을 고치는 것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왕도는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고, 언론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집권세력의 의도가 문제다. 더구나 노조와 극단적으로 맞서고 있는 사장의 거취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제도적 개선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19대 국회에 바라는 바가 크다. 19대 국회는 폐기될 운명인 방송법·방통위법 개정안을 서둘러 추진해야 하고 유례없이 장기화되고 있는 언론사 파업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하게 유지되고 발전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명제를 19대 국회는 잊지 않길 바란다. 펜과 마이크를 내려놓은 언론을 정권의 이해에 이용하려 한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될 것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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