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언론사 연대파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 두 달 가까이 파업 중인 MBC를 비롯해 KBS, YTN에 이어 연합뉴스까지 15일 파업에 가세했지만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선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한국신문방송인편집인협회 ‘대통령과 편집·보도국장 토론회’에서 사장 교체를 내걸고 파업 중인 언론들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며 “언론사 내부 사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관심사는 불법 파업 여부와, 이로 인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주무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이계철 신임 위원장도 취임사에서 역시 “(언론사들이 파업에 대해) 자율적 해법을 찾아주길 기대한다”며 발을 뺐다.
하지만 현재 언론사 파업이 과연 회사 내부 사정이고 자율적 해결에 맡겨야 할 사안일까.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언론사 노조들의 요구사항은 한결같이 “사장 퇴임과 공정방송 쟁취”다. 그래서 사측은 “임금 단체협약 등 노사협상 대상이 아닌 요구이므로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한다. 뒤집어 말하면 그래서 파업으로 치닫게 된 원인은 더 근본적이다.
어쩌면 오늘날 파업의 씨앗은 이 대통령이 정권 출범 후 자신의 최측근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혔을 때 이미 뿌려졌다.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방송사·통신사 사장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임명된 후 정부 정책과 관련한 보도에서 친여적 논조를 유지하거나, 비판적 아이템은 검열되거나, 아예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등 정부의 언론장악이 가시화했다. 이에 반발하는 기자들에게는 보복성 징계와 인사, 해직까지 가해졌다. YTN에서 기자 6명, MBC에서 기자, PD 4명이 해직됐고 KBS에서도 해직 직전까지 가는 등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시킬 정도다.
나란히 파업에 동참한 4개 언론사가 인사권을 통해 정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언론사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KBS MBC YTN 연합뉴스는 대통령이 사장 임명권을 갖고 있거나 정부가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은 최근 “김재철 MBC 사장을 선임한 것이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권을 통해 정권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자 이들 언론사의 논조는 기자들이 낯을 붉힐 정도가 됐다고 노조 측은 밝힌다.
이러한 현실은 해외평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국경없는기자회가 평가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이명박 출범 직전 30위대에서 2008년 47위, 2009년 69위로 미끄러졌고, 2011년에도 44위에 그쳤다. 미국 프리덤하우스도 노태우 정부 이후 ‘언론자유국’으로 분류해온 한국을 ‘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시켰다. 이유는 친정부 인사의 주요 방송사 경영진 임명과 방송탄압이었다.
군사정권 시절처럼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기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문제의 원인은 결국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있다. 임명권을 행사한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를 등에 업은 사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책임을 절감하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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