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위기, 언론의 위기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얼마 전 반FTA 집회현장을 취재하던 MBC의 기자들이 현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MBC 취재진이 집회현장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취재를 거부당하기까지 했다는 것이지만, 최근 계속돼 온 그동안의 친정부적인 보도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쌓여 마침내 폭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의 문제점과 시민들의 촛불시위를 보도했던 MBC 취재진에게 시민들이 앞 다퉈 기대와 응원의 마음을 표현했던 것과 비교할 때, 3년여 만에 어떻게 이런 언론사로 전락할 수 있는지에 대해 MBC 내부에서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측근인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뒤 MBC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이 폐지되는가 하면, PD수첩과 같은 핵심 프로그램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인사조치들이 잇따르는 등 언론의 감시 기능을 거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계속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에는 노골적으로 여당 편향적인 보도를 했다는 안팎의 지적이 잇따랐고, 한·미 FTA에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영하의 추위에 공권력의 물대포를 맞는 현장조차 외면하는 편파적인 보도 행태를 보이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 MBC가 겪고 있는 일들은 시대의 흐름을 외면한 채 유한한 정권의 심기를 살피며 기본적인 비판과 전달 기능조차 외면하는 언론은 오랜 기간 힘들게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MBC의 시사프로그램인 2580이 명의신탁 문제를 다루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문제 논란을 잠시 언급하는 순간, 시청률이 순식간에 치솟았다는 사실은 이 시대 시청자들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들을 모든 기득권 언론이 일제히 외면하는 행태는 민주주의 후진국에서나 가능할 법한 진실에 대한 결핍과 갈증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환경에서라면 각 언론사의 보도와 시사프로그램들이 당연히 다뤘어야 할 정권의 여러 의혹들을 방송사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이 외면하면서 ‘나는 꼼수다’와 같은 대안 언론이 극찬을 받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 기득권 언론이 처한 위기를 증명하고 있다.

언론이 지나치게 대중에 영합하는 보도를 해서도 안되겠지만 지금처럼 시민들의 정서나 관심과 동떨어진 보도로 방송시간과 지면을 채우는 모습은 스스로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마지막이 없을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언론을 탄압하던 이명박 정부도 갖가지 측근 비리 의혹과 함께 이제 종착역에 접어들었다. 이런 정권의 편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왔던 주요 방송사와 신문들은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무슨 면목으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이라도 언론은 반성과 행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언론의 위기야말로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에 고스란히 전가될 위험이기 때문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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