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손님, 종편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안고 종합편성채널(종편)이 12월 1일 첫 전파를 쏘아 올렸다.

콘텐츠는 부실했고 내용은 편향적이었다. 각종 방송 사고는 준비 안 된 졸속 개국임을 입증했고, 절반 이상을 재방송에 의존하는 ‘재탕방송’에다 지나칠 정도의 중간광고 등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 첫 방송부터 연예인 사생활 벗기기에 여념이 없는 종편은 ‘방송 공해’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은 더욱 큰 문제다. 종편 4사가 공히 박근혜 의원 인터뷰로 시작한데다, 인터뷰 질문은 현안에서 동떨어진 박근혜 띄우기 일색이었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 종편이 정치적으로 극심한 편향성을 보일 거라는 우려는 개국 초부터 현실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미 FTA 등 민감한 아젠다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하거나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범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 종편들의 협찬 요구는 출범과 함께 더욱 노골화되는 모양이다. 지상파에 육박하는 광고요율을 제시하는가 하면, 개국만을 위한 수십억원대의 협찬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규모 언론의 광고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선 벌써부터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는 곳이 나타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언론 생태계의 붕괴는 시간문제인 듯하다.

아울러 종편을 소유한 신문들은 지면을 활용해 자기 종편의 낯 뜨거운 홍보에 여념이 없다. ‘나만 잘났다’는 홍보성 기사는 1면이건 사설이건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처사다.

이런 자화자찬의 모습은 종편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뤄지고 있다. 방송은 공공재라는, 그래서 ‘최대다수를 위한 정보’만을 엄선해 방송해야 한다는, 특히 자사 홍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송의 기본 정신조차 모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정치권은 종편을 규제할 미디어렙법을 가능한 빨리 제정해야 한다. 관련법이 없는 비대칭 규제 상태가 계속되면 종편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통제불가능한 상태가 될 지도 모른다. 종편에 대한 견제 틀을 만들지 않을 경우 발생할 부작용은 정치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오래전부터 실시중인 일본에선 신문과 방송이 각기 독립된 영역을 구축하고도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이룩해 왔다고 한다.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는 함께 하되 서로가 공정하지 못한 관계나 행동을 하는 것은 가능한 자제한다고 한다.

한 일본인 기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신문은 신문, 방송은 방송이다. 미디어가 인정받고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탄생한 종편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려면 일본의 사례를 한번 되새겨 볼 일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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