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부산일보를 자유롭게 하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언론, 그 최고의 가치는 공정성이다. 한국 언론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기자와 PD 등 언론종사자들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웠다. 그 과정에서 해직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금 부산일보 언론종사자들이 언론의 공정성 확보라는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박근혜 편향’ 보도를 이번에는 뿌리까지 뽑아버리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라는 재단이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과거 부산의 ‘거부’ 고 김지태씨 소유였다. 김씨는 1946년 9월10일 창간한 부산일보를 1949년 인수해 타블로이드판을 대판으로 확대하는 등 신문사의 외형을 키웠고, ‘부일장학회’도 만들었다. 1959년에는 한국 최초의 상업방송인 부산문화방송까지 인수해 부산일보-부산문화방송 체제를 갖췄다.

그런데 1961년 5·16 쿠데타 세력은 김지태씨를 부정축재자로 몰아 부일장학회 소유의 땅 10만여 평과 부산일보 주식 100%, 한국문화방송 주식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100%를 빼앗아갔다.

부일장학회는 ‘5·16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82년 박정희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한 자씩 따 현재의 재단법인 ‘정수장학회’가 됐다.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오랫동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맡아왔다. 그 뒤 부산일보는 박 전 대표가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2004년 봄, ‘한나라당-박근혜 편파 보도’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한나라당에 ‘구원 투수’로 투입됐고,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하면서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유력 정치인이 언론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재단 이사장을 맡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거세졌다. 박 전 대표는 2005년 2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새로 이사장을 맡은 인물은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의전·공보비서관을 지낸 최필립(84) 전 리비아 대사다. 사실상 박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도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편향·편파 보도’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산일보 노사는 해묵은 소유 논란을 끊기 위해 지난 2월 경영진 선임제도를 공동으로 마련해 재단과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 합의를 실행하지 않고 오히려 사원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호진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 또 정수재단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는 노조의 기자회견 내용의 기사 게재를 사측이 막아 신문발행이 2시간 넘게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006년 대통령 직속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정수장학회는 5·16 쿠데타 정권이 김지태씨 소유의 부산일보 등 언론사와 부동산 등을 강제 헌납받은 재산을 원소유주에게 돌려주거나 손해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남의 재산을 강탈한 것으로도 모자라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산일보 기자들의 공정성 확보 노력을 탄압하고 있다. 우리는 정수장학회가 하루 빨리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촉구한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경고한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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