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언론 괴롭히기 중단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명박 정부의 비판언론에 대한 괴롭히기가 또다시 시작됐다. 안 그래도 MB 정부에 들어와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이 현격히 저하됐다는 국제언론단체의 평가가 나와 있는 마당에 김종훈 통상산업본부장이 최근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언론의 비판적 보도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 본부장측은 한겨레신문이 지난 9월15일자에서 위키리크스를 인용해 “그가 한·미 FTA를 대가로 미국에 쌀관세 특혜와 한국시장 추가개방을 밀약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해당 내용이 위키리크스에 없으며, 미국 측에 약속한 일이 없다”는 반론을 폈다. 아마도 위키리크스 원문의 해석이 문제되는 듯하고 그들의 반론이 신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현재 김본부장의 이름으로 3억원의 민형사 소송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돼 있는 만큼 조만간 이에 관한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수사를 위해 기자들이 법원에 불려 다닐 것이며 정부는 꾸준히 한겨레를 물고 늘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을 하는 것은 정부로서는 잃을 것이 별로 없는 행정적 조치로 판단된다. 국민의 세금에서 급여를 받는 정부의 인력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언론사를 괴롭힘으로써 추후에는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냉각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소송의 승패는 별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있다. 게다가 김 본부장의 이름으로 소송이 진행된다고 하지만 그가 정부의 고위관리인 만큼 이것이 MB정부와 한겨레신문의 소송이 아닐 수 없다.

작년 9월에도 국가정보원은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현 서울시장)의 “국정원이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하고 있다”는 위클리경향 인터뷰 내용을 놓고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2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가 기각당한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는 국민들로부터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대상”이라면서 기각결정을 내렸다. 민사상 반론이나 정정보도 청구 등으로 충분히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데도 제소한 것은 소송을 남발한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광우병 소’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의 보도와 관련해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 및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PD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MBC에 대해 정정보도를 이행할 것을 명령했다.

명예훼손 소송은 “실질적인 악의를 갖고 내용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언론인들은 “정부나 공무원에 대해 악의를 갖고” 보도하지 않는다. 공익을 위해 열심히 취재 보도하고 있다. 더구나 쌀 관세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만약 언론이 잘못 해석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보도에 대응할 방법은 소송 외에도 너무나 많다.

그런데도 정부 측 인사가 특정 언론의 보도를 놓고 굳이 민형사적 소송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그 만큼 정부의 협량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언론을 길들이려거나 언론을 괴롭히려는 목적 외에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정부는 명예훼손이라는 허약한 명분으로 비판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악의’를 중단하기 바란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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