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종편, 그러나 '역시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채널 A와 jTBC 등 종편들이 속속 매체설명회를 열고 올해 말에 시작될 종편방송의 구체적인 그림을 선보였다. “놀라운 스타일의 창의적 채널”(채널A), “깊이와 친절, 재미를 갖춘 방송”(jTBC)으로 태어나겠다는 다부진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매체설명회에서부터 광고주들에게 대놓고 광고 직접 영업을 시도했다는 점은, 향후 종편들이 어떤 자세로 광고주와 소비자들을 상대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jTBC는 6일 매체설명회에서 광고주들을 향해 “10월 말까지 사전 청약을 할 경우 최상의 혜택을 드리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언론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한 ‘보도 제작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사회적 약속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한 것이다. 신문이라는 언론의 힘, 그리고 정치권력과 결탁해 광고사냥에 나설 것임을 매체설명회에서부터 예고한 것이다. 더욱이 종편사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소비자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하겠다고 한다. 기업들을 상대로 ‘광고 압력’이 예상되는 것은 지나친 우려가 아닌 듯하다.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도 문제다. 채널A는 창사특별기획 드라마로 ‘인간 박정희’ 50부작을 내년 3월부터 방송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정희의 공과와 시대의 명암을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명한다’는 게 채널A의 설명이지만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유력 대권주자 부친의 개인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는 부적절하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방송이 나가는 시기는 내년도 대선 레이스와 정확히 일치한다.

각 종편들은 기존의 신문이 취하던 ‘정치적 색깔’을 그대로 안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안팎의 각종 규제와 견제를 통해 정치적 편향성이 그나마 제어되지만 종편의 경우 케이블채널에 적용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규제만이 존재한다. 이른바 ‘비대칭적’ 규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보수신문들은 신문은 물론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논조와 주장을 크게 확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광고직접 영업을 포함해 종편을 규제할 ‘광범위한 틀’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우려되는 것은 조·중·동 신문과 방송에 소속된 기자들의 살인적 노동조건과 보도 질 저하다. 현재 종편을 출범시킬 조선, 중앙, 동아 등 3곳 신문사는 공히 신문과 방송 기자의 협업 시스템을 공언하고 있다. 신문기자의 풍부한 취재내용을 방송에 공급하고 방송기자의 영향력있는 보도 내용을 신문에 반영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설명이지만 운영 결과는 자명하다.

초기에는 신문과 방송기자를 모두 취재현장에 내보내 각기 신문과 방송에 보도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량이 많아질수록 출동해야 하는 현장의 수도 늘어날 것이고 업무 구분도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신문기자든, 방송기자든 현장에 가는 기자가 신문기사도 쓰고 방송기사도 쓰고 방송출연도 하고 퇴근 후에는 인터넷 기사도 써야 하는, ‘1인 다역’ 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자들의 노동인권은 악화되고 신문도, 방송도 모두 보도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모든 우려들이 올해 말이면 현실화된다. 종편을 적절하게 규제할 ‘규범과 틀’을 만들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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