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정략적인 언론 매도 중단하라"
한나라당 개혁 근본처방에 눈 돌려야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이 자리를 빌어 언론개혁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정략적 수단으로 삼지 말아줄 것을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에 간곡히 당부해왔다. 당리당략을 위해 언론개혁의 취지를 훼손하고 왜곡하려는 시도가 정치권 일각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최근 MBC와 한나라당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이같은 걱정이 단지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우리는 이번 갈등이 신문고시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해 보도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이 KBS와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비유한 데서 촉발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한달 동안 신문고시 부활과 관련한 SBS의 보도횟수가 4회인데 비해, KBS와 MBC는 각각 9회씩 이었다는 것이 한나라당이 내세운 주된 근거였다고 한다.
신문시장의 무질서가 극에 달하고 대다수 시민단체와 일부 신문들까지 신문고시의 부활을 찬성하는 마당에 한나라당의 이같은 논리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것임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KBS와 MBC의 비교대상이 된 SBS의 노동조합이 보도 횟수만 가지고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하지 말라는 성명까지 발표했을 것인가. 한나라당은 ‘헌법기관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 ‘언론중재위 제소’를 운운하기 보다 언론사에 대한 부당한 공세를 중단하고 MBC에 먼저 사과함으로써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신문고시 부활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동아 조선 중앙을 우호세력화 하고자 하는 정략적 목적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언론개혁과 관련해 보여준 행보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마침내 한나라당을 동·조·중의 ‘애첩’으로 비유하기에 이르렀다.
세무조사에서 불공정거래 조사, 신문고시 부활에 이르기까지 이들 거대 언론사와 한나라당이 보여준 ‘보도’와 ‘성명’의 절묘한 하모니는 이같은 비유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나 신문고시 부활은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언론 개혁과 신문시장 정상화의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우리는 정치권, 특히 제 1야당이 지금처럼 수단에 불과한 것들을 놓고 정략적 행보에 급급함으로써 언론발전위원회 설치나 정기간행물법 개정 같은 보다 근본적인처방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비판에 앞서 서글픔을 금할 길 없다.
한나라당은 언론개혁의 대의에 적극 동참해 앞장서 가는 것이 근시안적인 당략에 따라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 더 현명한 대선 전략임을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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