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난 보도 안전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소식이 연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실시간 보도되면서 현장 취재 기자들의 안전 문제가 재삼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재난보도 안전 취재 시스템이 좀처럼 후진국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언론 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언론사들은 이번 일본 대지진과 원전 폭발 사태 이후 앞다퉈 현지에 취재진을 파견하며 발 빠르게 속보와 취재 경쟁에 나섰다. 파견 취재진은 1백명이 넘는 대규모였다. 이에 반해 어느 언론사 할 것 없이 현장 취재 인력의 방사선 노출 가능성 등에 대비한 안전책 마련에는 소홀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선 피폭 등에 대한 우려로 파견 인력을 속속 철수시키는 언론사가 늘고 있다. 특히 KBS와 YTN은 얼마 전 방사선 노출 위험 등 현지 취재진의 안전을 걱정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안전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 CNN은 방사성 물질 문제 등으로 본사에서 즉각 철수를, 일본 TBS조차도 위험지역 철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생한 현장 상황 보도는 매우 중요하지만 안전보다 더 앞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본 대지진과 원전 폭발 사고를 맞아 국내 대부분 언론사들은 취재진을 파견하면서 안전교육도 하지 않고 방사성 물질 우려 지역 취재에 필요한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범언론계 차원의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에서도 재난 관련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당장 이번 원전 폭발 취재인력에 대해서는 방사선 피폭 검사는 물론이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철저한 건강검진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언론사 가운데 재난보도 안전 매뉴얼을 갖추고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진이 크게 의욕을 보이지 않고 국내 언론사에는 참고할 만한 자료도, 사례도 많지 않다고 일선 노조 관계자들은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2003년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한 바 있다.
당시 초안에는 피해상황 전달보다 향후 전개될 추가 피해 예방 및 방지 주력, 재난구조본부에서 정한 통제선 준수, 불확실한 내용의 검증 및 유언비어 발생과 확산 억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기회를 통해 기자협회 차원에서 재난보도준칙 제정을 다시 추진했으면 한다.
이번에 일본에서 발생한 미증유의 재난은 국내 언론에 많은 교훈을 주었다. 국내 언론사들은 기자들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현장에 투입하는 취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각 언론사들은 재난보도 현장에 기들을 파견하기 전에 안전대책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문화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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