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대책 늦출 일 아니다

예방교육.자문변호사제 도입 절실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분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물론 정부에서도 언론사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서울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등에 모두 50여건에 달했다. 소송건수 만이 아니라 배상 청구액도 고액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지검 검사 22명이 대전 이종기 변호사 비리사건을 보도한 MBC와 취재기자에게 1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8월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 수사팀 소속검사 12명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36억원, 10월 서울지검 형사4부 소속 검사 10명이 한겨레를 상대로 22억원의 청구소송을 냈다. 올들어 서울지법에서 내린 두 건의 배상판결은 언론사와 기자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지난 2월 2일 서울지법은 조선일보사와 정중헌 논설위원이 검사 12명에게 “1인당 1500만원씩 모두 1억8000만원을 배상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또 방송인 백지연씨가 스포츠투데이와 취재기자 최모 씨를 상대로 낸 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언론보도로 인한 소송 확산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 증가와 거액 배상액 청구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축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하지만 사회 모든 분야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성역시 돼온 언론사의 보도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은 발전적인 변화로 평가하고 싶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사의 알권리 만큼이나 개인의 명예나 인권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다. 그러나 기자와 언론사가 기사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 명예훼손이 생겼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개인의 명에훼손을 지키면서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기자 본인과 언론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기사를 만드는 기자들은 보다 세심한 주의를 해야한다. 섣부른 특종 경쟁이나 ‘한건주의’식 보도태도를 버리고 철저한 현장 취재와 확인작업을 거치는 프로정신을 가져야 한다.

둘째, 신문제작에 대한 한국언론의 풍토가 바뀌어야한다는점이다. 촉박한 마감시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강요되는 언론현실 속에서 기사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기자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건의 특종기사 보다는 정확하고 분석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를 평가하고 인정해주는 인사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이는 기자가 아니라 언론사의 경영자나 편집간부들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언론사들이 소송에 대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는 점이다. 최근 일부 언론사에서 소송에 대비해 고문 변호사 제도를 활성화하고 보험 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 현상으로 보고 싶다. 또 소송이 발생한 후 대응책도 중요하지만 소송을 피할 수 있게 사전에 기자들에게 예방 교육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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