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내년도 업무 계획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간접광고와 중간광고 등 광고 규제를 풀어 종합 편성과 지상파에 광고 재원을 몰아주겠다는 것이 방통위의 내년도 업무계획의 핵심이다.
방통위는 또 국민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먹는 샘물과 의료기관 등 광고금지 품목의 빗장도 풀기로 했다.
간접광고 규제의 목적은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보장하고 지나친 상업주의를 막아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이다. 그런데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에 기업의 로고가 찍힌 휴대전화나 의류, 자동차 등의 제품이 버젓이 노출되면 광고주들은 유료 방송이나 지역매체에까지 굳이 광고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지상파나 종합편성 채널 등은 기업들로부터 수십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협찬이나 광고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방송의 상업화와 프로그램의 질 저하는 물론, 유료방송과 지역 언론의 붕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시청자들은 지상파나 종편의 드라마나 쇼오락 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 등이 기업의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난 제품을 시청자는 자신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지상파와 종편에 광고를 몰아주는 정책이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이뤄지게 됐다.
방통위가 밝힌 내년도 정책에는 지상파와 종편을 제외한 나머지 공익적 채널이나 지역 미디어에 대한 정책은 찾아 볼 수 없다. 방통위는 종편 도입 논의 초기에 KBS 2TV 광고와 민영미디어랩을 통해 일부 광고재원을 신규 종편이나 유료방송으로 흘러들어가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KBS 이사회는 수신료만 천원 인상하고, 광고는 현행 유지시키기로 결정했다. 민영미디어랩은 6개 법안만 2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결국 방통위가 제시한 광고 정책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아예 광고 규제를 풀어 지상파와 종편 등을 위한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생명인데, 이번 방통위의 업무 계획은 방송 정책에 대한 이념과 철학이 담겨 있지 않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방통위는 지상파 다채널 방송, 즉 MMS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MS가 도입되면 지상파 채널이 20여 개 이상 늘어난다. 지금도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의 방송광고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채널 수의 증가는 케이블이나 위성, IPTV 등 유료방송의 몰락을 의미한다. 지상파 1개 채널이 2개에서 3개 정도의 방송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상파 방송사로의 광고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 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방통위의 이번 업무보고내용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우리나라 방송정책이 20~30년 전으로 퇴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상파와 종편 몰아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 균형 있고 공정한 방송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가 내건 ‘공정사회’ 가치와 부합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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