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담이 화려하게 폐막되고 이명박 정부의 집권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의 언론정책에 대한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에 친화적으로 접근하겠다며 ‘프레스 프렌들리’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그들이 비판하던 전임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이라는 언론통제정책에서 과연 얼마나 발전했을까.
18일 보수적 시민단체인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 세미나에서 나온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완전 실패’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공발연 운영위원인 서울대 윤석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방송계 인사문제와 방송법 개정 등 현안을 둘러싸고 정치적·정책적 한계를 드러냈고, 방송 미디어 정책의 파행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통문제에서 파행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사실 지난 2년6개월 동안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돌이켜 본다면 KBS-MBC-YTN-EBS-아리랑TV 등 방송의 완전 장악, 언론진흥재단 등 관변 언론단체의 장악,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들의 자발적인 정권 협조, 경향-한겨레 등 비판신문 옥죄기 등으로 요약된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방송장악과 비판적인 신문의 통제로 여론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공영방송들과 민영방송 SBS에 대한 강요된 또는 자발적인 협조, 보수 이데올로기의 공통성에 근거하거나 방송채널(종편)을 새로 얻으려는 보수신문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실패”라기보다는 오히려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현 정부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두고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언론은 여론시장 점유율이 낮은 경향-한겨레와 같은 매체들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래 정연주 KBS 사장의 강요된 퇴진에 이어 후임인 이병순-김인규 사장에 이르는 사이 KBS의 보도는 뚜렷하게 보수화의 길을 걸어왔다. MBC 또한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부당한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정권 홍보에 힘을 쓰고 있다. 이명박 캠프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던 SBS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에 몸을 사리고 있다. 이 정도이면 이명박 정권의 방송정책은 집권세력 입장에서 대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올 연말까지 보수 신문들에 대한 종편 채널 배당을 통해 여론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신문들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방송채널까지 확보하게 되면 여론시장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비판받아온 이명박 정부는 더욱 일방적으로 정부 홍보에 나설 것이고, 미디어를 통한 여론 순환의 길이 막히면 일반 국민의 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언론에 친화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였으나 현재는 언론이 오히려 정부에 자발적으로 유착하는 ‘프렌들리 프레스(Friendly press)’로 뒤바뀌어 있다. 앞으로 더욱 두꺼운 보수의 암운이 한국의 여론시장을 엄습하고 불통상황이 더욱 심화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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