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에 전문기자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다 돼 간다. 1990년대 초반 일부 신문사를 필두로 시작돼 여러 신문과 방송으로 확산돼 갔다.
심층 해설성 기사를 작성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에서 효율적인 취재가 가능하다 보니 언론사별로 전문기자제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각 언론사에서 전문기자제가 자리잡은 공통 분야는 의사를 채용한 의학전문기자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때 전문기자의 영역만 해도 통일, 환경, 대기업, 대중문화.국제, 여성, 여론조사, 정보통신 등 10가지가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다.
언론사 대표가 바뀌면서 대표의 말 한마디에 뚜렷한 이유 없이 전문기자제를 없앤 곳도 있고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던 베테랑 환경 전문기자가 갑자기 다른 분야로 발령이 난 사례도 있다. 기자 스스로 그만두기보다는 언론사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전문기자 타이틀이 없어지는 사례가 최근 몇 년 새 많아지고 있어 우려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기자제가 자리잡아 깊이있는 기사를 보도하는 영국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물론 전문기자가 취재원의 시각에 경도될 수도 있고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기자가 필요한 것은 뉴스를 접하는 독자와 시청자들의 욕구와 기대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기자들의 입체적인 취재와 날카로운 분석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이슈 때마다 비판받는 수박 겉핥기식 보도, 경마식 보도를 극복하는 한 방법도 바로 전문기자의 활성화이다.
전문기자의 정착을 위해선 첫째 언론사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전문기자의 역할과 운용계획 등을 사규에 명시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기자제가 트렌드처럼 번질 때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마음만 앞서 도입했다가 결국엔 유야무야된 언론사들은 되짚어볼 일이다.
더불어 기자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차원보다는 인사 적체의 한 방편으로 전문기자제를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둘째 전문성 제고를 위한 언론사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언론사 대부분이 기자 개개인에게 특종과 차별화된 기획물 등을 강도높게 요구할 뿐 체계적인 지원은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활동 중인 전문기자들조차 정체와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게 현실이다.
셋째 전문기자에게 자율적인 기획과 취재가 보장돼야 한다. 언론의 특성상 데스킹 기능은 물론 있어야 하지만 수위를 넘은 부당한 간섭과 외부 압력은 배제돼야 한다. 기자 스스로도 비합리적이 지시가 있다면 이에 맞설 수 있는 논리와 취재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전문기자의 권위와 위상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2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정착하지 못한 전문기자제, 용두사미가 아닌 일보 전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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