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논란 끝에 MBC가 PD수첩 ‘4대강의 진실’편을 결국 방송했다. 논란의 전말은 이랬다. PD수첩의 내용이 미리 알려지자 MBC 경영진은, ‘민감한 내용인 만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미리 방송 내용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제작진은 이 같은 경영진의 요구가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맞섰지만 지난주 방송 3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결방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어젯밤 PD수첩은 전파를 탔지만 이번 ‘결방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즉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언론장악’ 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맞물린 사건이라는 것이다.

PD수첩의 내용은 이랬다. ‘4대강 사업은 지금 다른 길로 가고 있고, 정부가 내세우는 ‘홍수 예방’이나 ‘물 부족’, ‘생태계 살리기’ 같은 목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부의 ‘비밀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PD수첩을 통해 공개된다니 청와대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불방의사’를 전달했거나, 아니면 청와대의 의중을 읽은 김재철 MBC 사장이 내린 결론일 것이다.

그러나 PD수첩은 1주일 연기됐다 어젯밤에 방송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오히려 홍보가 잘 됐다. 이번 사태로 시민사회가 들썩이고 있고 야권도 공고한 대열을 갖춰 MB정권의 언론탄압, 4대강 강행에 대해 맞서고 있다. 집권 후반기를 향해 달리는 MB정권에는 이번 사건이, 반대세력들이 결집하는 도화선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만일 김재철 사장의 과잉충성에서 불방 결정이 내려졌다면,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방송법 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의 권한이 명시돼 있고, 방송사의 사장은 방송을 중단시킬 권한이 없다는 게 방송계 안팎의 의견이다.

MBC경영진은 ‘사전시사’를 주장했다지만 MBC 노사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국장책임제를 시행 중이다. 따라서 방송에 대한 책임은 담당 국장이 지는 것이다. 경영진이, 특히 사장이 사전 시사를 한다면 불필요한 외압에 방송 내용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김재철 사장은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언론사 사장은 외압 막으라고 존재하는 자리다. 김 사장은 자기 보신을 위해,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짓을 하려 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보완 문제가 새롭게 논의돼야 한다. 그나마 MBC의 경우 노조가 공정방송에 대한 오랜 투쟁의 역사와 경험을 갖고 있다.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도 누구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 밖의 방송사 제작진은 이런 경영진의 ‘외압’에 대해 방어책이 많지 않은 상황이고,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사내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싸움’을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방송사 경영진의 정치적인 결정에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공정방송의 제도’가 필요하며, 이미 있다면 보다 실질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비록 방송이 되긴 했지만 이번 PD수첩 불방 사태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방송 하나 막는다고 국민들이 진실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바보정권’은 아니라고 믿는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은 자신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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