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 오늘은 지방선거일이다. 유권자들은 시장선거에 나선 후보는 대충 안다. 구청장? 기호 1·2번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의원이나 구의원에 이르면? 어느 사람이 어떤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교육감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내건 화려한 공약들이 얼마나 재탕 삼탕인지, 그들이 내세운 경력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인지, ‘지식 IN에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이는 언론이 제 할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각종 선거 중에서도 지방선거에서 언론의 역할이, 다른 어떤 선거보다도 더 막중한 것은 뽑아야 하는 자리가 많고, 후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가 된 것은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한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예외는 없었다. 선거 때마다 계속돼 온 집권당의 ‘바람몰이’는 이번에도 계속됐다. 충분히 예상을 한 만큼 충분히 그 문제점을 피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언론은 비판의 눈을 가린 채 그 뒤를 쫓았다. 세종시에서 시작된 바람은 4대강으로 이어지더니 천안함에서 절정을 이뤘고, 보수언론을 포함해 상당수 언론은 철저히 그 공식을 따랐다. 여당이 북풍을 불면 야당도 노풍으로 맞서려는 모습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도 바람을 따라간 보도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풍선(風選)’보도로 부르는 데 모자람이 없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에서 불이 지펴진 무상급식 이슈를 보면서 ‘드디어 정책선거?’라는 기대를 가졌으나 이내 ‘북풍’을 비롯한 각종 바람에 묻혀버렸다. 정권안정론과 지역심판론이라는 큰 구호 속에서, 주민들의 구체적 삶은 이번에도 철저히 배제되고 말았다. 지방자치와 지방선거의 역사가 15년이나 되는데도 지방선거가 갖는 의의가 아직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후보에 대한 검증에 소홀했던 언론의 책임이 절대적이다.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20일, 정부는 천안함 사태의 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적지 않았고 의문도 해소되지 않았지만 언론은 의문 제기는커녕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했다. 이후 선거일 전날까지 신문과 방송의 1면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각종 추측성 보도로 메워졌다.
지방선거 보도는 한편으로 밀릴 수밖에 없고 후보들의 공약은 철저히 무시됐다. 내 지역의 일꾼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주민들은 무력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이번 선거에서도 언론은 철저히 정치권에 이용당하고 만 것이다. 안보 논의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내 집 앞에 도로가 생기고, 도서관이 생기고 하는 문제 역시 나와 내 가족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서울시 예산이 21조원이고, 웬만한 개도국 국가예산보다 더 많다면, 그걸 쓸 사람을 정하는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거는 승자만을 기억한다지만, 그래서 어떤 선거든간에 확실한 승리카드인 지역주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지만 이번 선거 역시 지역주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런 측면에서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도 폐지 이슈에 대해 상당수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은 안타깝다. 선거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는 언론이 나서서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 띄우기에 분주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부 지역언론들은 현역단체장을 옹호하는 기사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각기 다른 제목으로 보도한 언론사도 많다. 지방선거일수록 지역언론의 역할이 더 크고, 책임도 더 막중하다는 점에서 힘있는 현역 단체장을 옹호한 일부 지방언론들의 이번 보도 태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010년 지방선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당선자들이 선거 때 쏟아낸 공약들을 얼마나 지키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고발해야 한다. 이번 선거보도에서 낙제점을 받은 언론들의 통렬한 반성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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