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시작된 여야간의 공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달 1일 한나라당의 ‘세무조사 백지화 촉구’로 시작된 이번 공방은 94년 세무조사 자료 파기 의혹과 이른바 ‘언론 문건’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벌써 20여일째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재경, 정무, 문광위는 물론 심지어 농림해양수산위에 이르기까지 국회 상임위마저 본연의 소임을 제껴놓은 채 이번 사태를 둘러싼 여야간 설전의 장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임시국회를 재소집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 몇차례 이 자리를 빌어 언론사 세무조사가 갖는 중차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시대적 소명을 수행한다는 자세로 이번 조사가 언론개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여당과 야당에 호소했다. 아울러, 누구를 막론하고 이번 세무조사를 정치적 이해를 위해 악용하려 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경고했다. 언론 개혁을 바라는 많은 시민 사회단체들도 한목소리로 이같은 호소와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해서 정치권에 보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금 당부하건대, 더 이상의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공방은 정치권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을 자초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정쟁의 물꼬를 언론 개혁을 위한 발전적인 논의로 돌릴 것을 간곡히 호소하며, 특히 야당인 한나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그 물꼬를 먼저 터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우리는 그 ‘발전적인 논의’의 핵심이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그 첫째는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정부로 하여금 조사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철시키는 것이다. 이는 언론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첩경이며, 동시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음 정권을 잡았을 때 언론사 세무조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제거할 수 있는 묘책이기도 하다.
그 두번째는 언론 개혁을 위한 법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7월 여야 의원 31명이 공동으로 발의하고도 해를 넘기도록 진척이 없는 언론발전위원회 구성 결의안의 처리부터 착수해야 한다. 아울러,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도 이번 기회에 완결지어야 한다. 언론 개혁을 향한 국민적 관심과 정치사회적 여건이 지금처럼 맞아떨어지는 시기는 근래에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찾아오기 어렵다고 본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역사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후세 사가들의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언론 개혁은 이미 국민 대다수가 주목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의제로 자리잡았다. 정치권에 대한 한가닥 기대가 돌이킬 수 없는 분노로 바뀌기 전에 정쟁을 접고 논의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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