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일보의 ‘광우병 촛불 2년’ 기획보도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우선 조선의 보도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벗어난 참으로 이상한 기사라는 느낌을 주었다. 등장한 인물들이 거의 “2년 전 말할 때는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하는 식의 후회하는 내용으로 돼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에 등장한 인물의 사진은 여러 장이 모자이크 처리됐다. 등장인물들이 2년 전 당시의 발언을 소신있게 뒤집었다면 왜 조선일보가 소신있게 편집하지 못했을까.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사람들 대다수가 “기사를 보고 경악했다”거나 “나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말하고 있다. ‘촛불소녀’ 한채민양은 “시민단체가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고 보도된 데 대해 “꼭두각시처럼 따라읽을 만큼 멍청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대 우희종 교수는 “한마디로 말해 당했다”고 말했다. 우리 기자들끼리의 말이지만 언론이 인터뷰 상대자의 발언을 어느 정도 ‘정리’해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뷰 상대자들이 “정반대로 뒤집어서 보도했다”는 반응을 보일 때는 그 언론이 심각한 문제를 가졌다는 얘기다. 조선일보는 말한 대로 전달하지도 못하는 수준의 신문인가.
조선일보의 기획보도를 보고 기다린 듯이 이명박 대통령이 “2년 전의 촛불시위에 대해 반성하는 사람이 왜 없느냐”고 말했다는 것도 한 편의 코미디이다. 그는 나아가 촛불시위 2주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반성을 하라는 것인가. 스스로 반성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대통령 앞에서 “내가 잘못했소” 하고 반성하라는 것인가.
돌이켜 보면 2년 전 광우병 촛불시위는 한국의 검역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대원칙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적 집념이 표출된 것이었다. 학생, 주부, 시민들은 전국의 광장에 모여 주권국가인 한국이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결정하는 권한을 넘겨준 데 대해 이명박 정부에 항의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문제가 있으면 한국 정부가 이것을 들여올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하는데도 미국이 이런 결정을 하도록 한 것이 주권국가의 대통령이 할 일이었는가. 게다가 2년 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우희종 교수는 여전히 미국과의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나 호주의 수입조건과 한국의 수입조건을 살펴보면 상식선에서 해결책이 나온다는 얘기다.
조선일보가 “야당 인사들이 미국에 와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 탈 없이 잘 먹었다”고 보도한 것은 촛불 2년의 진정한 의미를 놓친 것이다. 이 기회에 조선일보도 ‘왜곡없는’ 올바른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 바란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벌떼같은 항의시위로 인해 재협상에 나선 결과 그나마 다소 개선된 협상조건을 도출한 일을 기억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 대해 “반성하라”고 하기 전에 오히려 국민이 재협상의 힘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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