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총파업이 한 달이 넘게 지속됐다. 이처럼 파업이 장기화되고, 프로그램들이 파행하는 동안 김재철 사장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회사에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사원들과 회사는 상처를 입고 있는데도 회사의 책임자라는 사람이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던 것이다. 그야말로 무능력한 사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김 사장의 대응 방식 때문에 MBC 안팎에선 김 사장이 정권과의 교감 하에 MBC 사태를 촉발하고, 사태를 여기까지 끌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김재철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사람이다. 울산 MBC 사장 시절인 지난 대선 당시엔 안국포럼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고 다녔던 전력도 있다. 이번 MBC의 파업을 촉발한 사람은 그런 김재철 사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권의 입김을 등에 업고 임명된 보도본부장을 해임한다고 약속하고는 오히려 부사장에 임명하는 식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를 했기 때문에 이번 파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MBC의 파업으로 프로그램이 파행하는 상황에 오히려 정권이 크게 흡족해하고 있다는 말들이 들려온다는 점이다. 방송 인력이 대부분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이 방송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비중 있게 다루고, 지방선거와 4대강 등의 굵직굵직한 현안들은 그대로 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MBC가 기나긴 파업의 여파로 경쟁력을 상실해 매체로서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면 이 또한 정권이 원하는 바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이번 파업을 기회로 그동안 공정한 방송을 요구해왔던 MBC 노조를 손볼 것이라는 흉흉한 말들까지 들려온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밝힌 대로 ‘큰집’으로부터 단단한 언질을 받았던 김재철 사장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릴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더구나 파업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다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김 사장은 스스로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막론하고 MBC 사원의 80%가 기명으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정년을 바라보는 MBC의 구성원들까지 한목소리로 정권이 임명한 김재철 씨를 반대한 이유는 김 사장의 선임과 그 이후의 행보에서, 김 사장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의도를 읽었기 때문이다.
MBC에는 그동안 파업을 지지하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민들의 격려와 성금이 답지했다. 권력에 잠식당한 언론들이 MBC의 파업사태의 원인과 진행상황을 보도하지 않더라도, 권력을 감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지키겠다는 시민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방증인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정권을 향해,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망상을 버리라는 해묵은 촉구를 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를 정권의 입맛대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부메랑이 돼 정권으로 날아들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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