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의 용퇴를 촉구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MBC 파업이 벌써 4주째를 맞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대오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더구나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노조를 응원하는 글과 성금이 답지하면서 파업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강경일변도로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은 노조의 업무 복귀 시한과 민형사상 책임을 언급하며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노조의 출근 저지 농성에 막혀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자 인근에 집무실을 마련해 장기전에 대비하며 물러날 뜻이 전혀 없음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26일부터 정권의 MBC 장악 음모에 대한 진상규명과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이제 말이 아닌 몸으로 말할 때가 됐다”며 “단식투쟁은 총파업 2단계 출정식의 의미”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 모든 책임의 근원이 첫 단추부터 잘못 잠근 김 사장의 갈지자 행보에 있다고 본다.

노조와 합의한 부사장에 대한 임명 철회 약속도 못 지키고,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소위 ‘큰집’에서 ‘쪼인트’ 까인 사실을 뒤집지도 못하고 정치적 야망의 무대인 고향 사천에 대한 공들임을 포기하지도 않은 것이 파업의 도화선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파업이 MBC 노조의 자사 이기주의적인 행동이 아니라 공영방송을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지난 20일 방영돼 전 국민에게 파장을 일으킨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편이다.

현직 검사장을 포함해 수십명의 검사들이 한 건설업자에게 온갖 접대를 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까지 “검사들의 스폰서 문화를 없애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탄할 만큼 파장은 컸다. 이는 PD저널리즘의 전형을 잘 보여줬다.

이런 PD수첩의 역할은 중앙일간지나 타 방송 보도국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한 것이다. 자기검열의 가위 때문에 하지 못하는 현 언론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PD수첩 보도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러한 보도가 가능했던 것은 MBC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닌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한 의미는 미디어행동의 성명에서 잘 나타난다. “관제방송으로 전락한 KBS와 돈벌이에 몰두하는 SBS 등 방송의 사회적 책무가 황망하게 느껴지는 오늘, PD수첩의 방송은 MBC를 지키기 위해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줬다.”

MBC는 부당한 자본 및 국가권력에 맞서며, 소외된 이들을 따뜻하게 비춰야 하는 공기(公器) 역할을 어떤 언론사보다 잘하고 있다. 작금의 파업이 더 단단한 공영방송 MBC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우리는 김재철 사장에게 거듭 촉구한다. 그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면 하루속히 용퇴해야 한다. 기자선배로서 더 이상 부끄러운 행동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