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전두환. 엉킨 실타래는 풀어지지 않은 채 '5공신당'의 이름으로 전씨는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5·18 광주항쟁, 언론통폐합, 삼청교육대 등 아무런 사죄없이 전씨는 '뒷골목'이 아닌 지면과 화면에 고루 등장하며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있다. 전두환 이름 석자에도 치를 떠는 기자들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취재에 나서야 하는 기자들이 있다. 취재기자들이 본 취재원으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떨까. 기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다.
왜냐. 전씨는 다변가이다. 한마디를 물어도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답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인다는 것이다. 전씨는 대화를 독점한다. 비서들이 "시간이 다 됐다"고 만류할 때까지 그는 '말'을 쏟아낸다.
전씨는 기자들에게 호의를 베푼다. 전씨는 취재기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려고 노력하며 일일이 확인한다. 측근들은 "전씨가 원래 이름을 잘 외운다"고 전한다. 수행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모습도 '흡입력'으로 보인다. 안면있는 기자에겐 "또 왔네"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생소한 얼굴일 경우 "처음 보는데.."하며 맞이한다. 군중 틈에서도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에 한두마디라도 꼭 답하는가 하면 마이크를 잡고서 "기자대접 잘하라"고 수행원들에게 이른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지난 3일 10명의 기자들을 부부동반으로 연희동 자택에 초청했을 때이다. 이때도 전씨는 대화를 독점했다. 그러나 전씨의 역사인식은 변함이 없었다. 5·18은 물론 언론통폐합에 대한 아전인수격 평가는 여전했다. 전씨는 동아일보가 보도한 문제의 200만원짜리 비누건에 관해 불만을 얘기했다. 전씨는 "내가 잘해줬는데 왜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다"며 "(5공 당시) 동아일보가 땅을 불하해달라고 민원했는데 그걸 안들어줘서 그러는지.."라고 해석했다. 그러자 이순자씨가 거들었다. "동아방송을 빼앗겼다고 그러죠. 언론통폐합으로 독과점 체제에서 재미 본 것은 다 잊어버리고"라면서.
하지만 기자들은 전씨가 부정적 보도를 나쁘다고만 생각치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는 "언론에 6개월만 안나오면 모두 잊어버려. 글쎄 내가 대구가서 만난 부녀회장이 교장 사모님인데 김재규가 누구를 죽였는지 모르더라고. 그런데 요즘 언론에 자주 나오니까 어린애도 전두환을 알아"라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는것이다.
5·18 19주기를 맞는 1999년의 전씨는 언론에 얼굴 내밀기를 즐기며 살고 있다.
김 일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